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부 승인

2021-12-30 11:04:34 게재

"독과점 슬롯 반납해야"

내년초 전원회의서 결론

미국 등 7개국 심사 남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슬롯 반납' 조치를 통한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두 회사의 M&A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지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아직도 통과해야 할 해외 경쟁 당국 심사가 7곳이 남았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전원회의(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최고 의결 기구) 안건으로 상정했다.


앞으로 열릴 전원회의에서 위원의 심의 결과에 따라 조치 수준은 일부 바뀔 수 있다. 조치를 확정하는 전원회의는 이르면 내년 초 열릴 전망이다.

공정위는 M&A로 하나가 될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5개사의 여객, 화물 부문을 국제선·국내선으로 나눠 노선별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다. 공정위는 합병 뒤 시장 점유율, 해당 노선에 경쟁사 존재 여부, 새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일부 노선에서 여객 점유율이 50%가 넘어 시장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가 해당 슬롯을 반납하라고 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슬롯이란 '특정 항공사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두 기업의 M&A 뒤 일부 노선은 독점이 되기 때문에 슬롯을 반납해 경쟁업체가 해당 시간대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어떤 슬롯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M&A 뒤 독점 노선이 되는 일본 나고야와 중국 칭다오 노선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이 반납한 슬롯은 다른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 취항하고자 할 때 일정 절차를 거쳐 배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반납한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공정위는 시장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작아 이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노선에는 운임 인상 제한, 항공 편수 축소 금지, 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마치고 이 같은 내용의 조치가 확정돼도 두 기업의 M&A가 마무리 되진 않는다. 두 회사가 취항하는 모든 국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 등 7개국은 심사를 마쳤지만 미국·유럽 연합(EU)·중국·일본·영국·싱가포르·호주 등 7개국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심사를 먼저 끝내도 국외 경쟁 당국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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