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사회를 흔든 사회분야 10대 뉴스

사회 그늘, 제도 허점 이용한 대형 사건에 민심 분노

2021-12-31 12:33:56 게재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째 '격리 터널'에 갇혀 있는 우리 사회는 2021년 한해 끊이지 않는 대형사건들로 몸살을 앓았다. 연초 새해와 함께 시작된 검·경수사권 독립은 미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치인·공직자들까지 연루된 신도시 땅투기 사건은 민심을 분노하게 했다. 또 정인이 사건으로 대표되는 아동학대, 스토킹 살해 등 사회의 그늘과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들로 국민들은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올해 한국 사회를 달궜던 주요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편집자 주>

1. 72년만에 검·경 수사권 조정

올해 1월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관련 대통령령이 시행되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도 갖게 됐다. 검·경 관계가 72년 만에 수직적 지휘 체제에서 수평적 상호협력 체제로 변화한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대규모 직제개편을 단행해 검찰의 직접수사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경찰 송치사건 처리와 공소유지를 맡는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했다. 경찰도 수사 통제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직제를 신설하는 등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수사 주체와 대상을 놓고 곳곳에서 마찰음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 마찰뿐 아니라 검찰과 공수처간 갈등도 이어졌다.

독립된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은 커진 위상만큼 현장 전문성이 따라오지 못해 가중된 수사업무 부담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 때문에 수사 진행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고소·고발장 가운데 일부를 임의로 반려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찰 수사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61.9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53.2일)과 비교하면 8.7일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전체 평균인 56.1일과 비교해도 5.8일 증가했다.

한편,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표방한 공수처는 인력난에 수사 역량까지 의심 받고 있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 등 10여개 수사에 착수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다.

2. 법정 아닌 곳에서도 재판 받는다

지난 11월 18일부터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소송도 법정이 아닌 곳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민사재판 소송 당사자가 법원이 아닌 집이나 직장에서 자신의 노트북 등 개인용 컴퓨터(PC)로 재판부에 접속해 영상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사무실이 법원과 멀리 떨어져 있는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영상재판을 통해 의뢰인의 주장을 대신 펼칠 수 있다. 또 형사재판의 경우 증인이 가까운 법원을 찾아가 증언할 수 있다.

민사재판의 경우 종전까지는 변론준비기일이나 재판절차 협의, 조정합의안 도출 등에만 원격재판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소송 당사자간 법정 공방을 벌이는 변론기일에도 영상재판을 할 수 있다. 다만 감정인이나 통역인, 증인 신문 등의 절차는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정이나 회사가 아닌 거주지와 가까운 법원의 법정에서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도 영상재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는 형사재판에서 증인은 물론 감정인과 통역인도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건강상태 등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해 신문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춘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형사사건 증인이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다면 굳이 강원도 춘천지법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재판부 허가를 받아 제주지법 화상증언실이나 법정에서 증언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감정인과 통역인도 마찬가지다. 이미 공판준비기일도 필요에 따라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한 중계시설이 설치된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고인에 대해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 이유 고지도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3. LH·대장동, 부동산 비리 수면 위로

LH사건에 이어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부동산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사 중 관련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과 관련있는 지역에 집단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의해 폭로됐다. 이후 추가 폭로 및 수사가 이어지며 관련 공직자들의 투기논란으로 확산됐다.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검찰 수사협력단·전담수사팀, 국세청 부동산탈세특별조사단 등이 수사와 조사에 참여했으며, 국회의원 13명과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등 공직자 399명을 포함한 2796명을 내·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 투기 사건을 넘어, 공공기관 직원들이 공개되지 않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이득을 취한 전형적인 부패라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은 2013년 대장동 개발을 놓고 대장동 개발 수익이 민간인 화천대유에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친 의혹 사건으로 올해 하반기 뜨거운 이슈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대장동 4인방인 김만배, 유동규, 정영학, 남 욱 등을 기소했다. 현재 대장동 로비 의혹에 관해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도 여전히 수사 중이다. 최근 알선수재 의혹을 받고 있는 곽 전 의원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이 사망해 수사동력이 상실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4. 계속된 스토킹·데이트 살인
 

'스토킹 살인' 김병찬. 사진 연합뉴스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스토킹도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이런 공감대는 경찰청 발표 스토킹 신고 건수가 법 시행 한 달 만에 하루 24건에서 105건으로 4배 폭증한 것에도 나타났다. 신변보호 요청 건수도 지난해 1만4700건에서 올해 11월까지 2만1700건으로 55%나 늘었다.

충격을 준 스토킹·데이트 살인은 끊이지 않았다.

3월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집까지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피해자까지 일가족 3명을 죽이는 참극을 저질렀다.

제주에선 7월 백광석이 옛 연인의 집에서 여성의 아들을 살해했다. 당시 피해 여성은 백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아들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11월 서울 중구에서 김병찬은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결국 살해했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 긴급 버튼을 눌렀지만 위치값 오류로 경찰은 12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사건 전 김씨는 피해자를 1년 동안 스토킹하고 집과 차량에 10여 차례 침입해 폭행을 일삼았다.

이달 10일에는 이석준이 서울 송파에서 전 연인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 여자친구는 신변보호 대상자로 이씨로부터 감금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바 있었다.

스토킹은 당사자와 가족뿐 아니라 친구 등 친밀한 주변인에도 끔찍한 피해를 주는 만큼 법 보완의 지적도 나왔다. 피해자 보호 규정을 강화하고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유치 조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5. 정인이 사건, 반복되는 아동학대
 

정인이 추모하는 해바라기.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발생한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정인이 사건)은 올해 초 재부각됐다. 양부모의 학대를 받기 전 천진난만했던 정인이의 모습과 입양 이후 눈에 띄게 웃음을 잃고 야윈 대조적인 모습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다. 사망 전 어린이집 교사 등이 학대 징후를 파악하고 신고까지 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를 잃었다는 분노가 거세게 일었고, 온라인에선 '#정인아미안해'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다. 국회와 정부는 여론에 응답하며 각종 대책을 내놨다.

'정인이법'이라고 불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은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됐다. 아동을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지만 반복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보자는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중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가운데 아동학대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경기 용인시에서 열 살 아동이 이모 부부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3월에는 인천에서 여덟 살 아동이 부모에 의해 숨졌고, 6월 대전에서는 20개월 아동이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했다.

7월에는 경기 화성시에서, 11월에는 서울 강동구에서 잔혹한 아동살해범죄가 이어졌다.

정인이 사건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양모 장 모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계획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다. 검찰과 장씨 모두 상고장을 제출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양부 안 모씨는 1·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상고장을 제출했다.

6. 성소수자 인권 알린 '변희수의 싸움'

10월 7일 고 변희수 하사는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날 재판정에 변 하사는 없었다. 그는 첫 변론기일을 앞둔 지난 3월 숨진 채 발견됐다.

변 하사는 처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트랜스젠더 군인이라는 점에서 생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변 하사는 군단장의 허락을 받아 2019년 11월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데 그로부터 2개월 후 육군본부는 "남성이었던 변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통해 일부러 심신장애를 초래했다"며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결국 지난해 8월 전역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시민들의 탄원운동도 시작됐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수술 후 원고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여성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 여부나 계속 현역 복무를 허용할지 여부 등은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 차원에서의 트랜스젠더 군복무에 대한 입법적, 정책적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판결에 대해 "합리적 차별을 가장한 성소수자 혐오를 짚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변희수의 싸움'은 그동안 가려져 있는 존재였던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정부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되는 각종 통계·실태조사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항목을 포함하도록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변 하사의 사망이 군의 부당한 처분 때문인지 여부를 직권조사하기로 했다.

7. 인공지능에 묻힌 인권·개인정보

4차산업이라는 과실을 따 먹는데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인공지능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커진 한해였다.

민간이 1월부터 불을 붙였다. 인공지능기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주인공이다. 2020년 12월 선보인 후 한달도 되지 않아 사용자수가 40만명에 달했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외설 논란이 불거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스캐터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결과 '이루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이용자 60만명의 대화문장 94억건을 이용하고,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문장 1억건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정보위는 4월 2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스캐터랩에 대해 1억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결정을 했다. 이와 별도로 개인정보 침해 등 피해자 등이 스캐터랩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중이다.

스캐터랩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사항을 수정한뒤 조만간 이루다2.0 버전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공공에서는 법무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부터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1억건이 넘는 외국인 사진과 내국인 출입국 심사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국가와 민간기업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보네트워크 등은 "법무부가 구축하려는 인공지능 식별추적시스템은 엄격한 규제 대상"이라며 "국제인권규범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법 집행기관이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규제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정보(생체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며 "인공지능 식별추적시스템은 출입국관리 업무에 최소한으로 활용될 것이며, 개인신상정보가 남용되는 일은 결코 없도록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8.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

202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지자, 한국이 일부 아프간인을 구출하면서 난민 이슈가 다시금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8~9월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인과 그 가족 393명이 입국한 가운데, 참여연대 등 106개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이들에게 난민에 준하는 안정적 체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특별기여자' 지위를 부여했다. 10월 26일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특별기여자들과 그 직계가족에게 거주(F-2) 자격을 부여할 수 있어 5년간 장기체류가 가능해졌다.

특별기여자 중 1가구(6명)가 국내 입국 전 주아프간 미국대사관에 신청했던 특별이민비자가 발급돼 15일 출국했다. 해당 가구 대표는 "한국 정부가 아프간 난민들에게 보여준 따뜻한 환대와 기부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나머지 387명은 현재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에서 국내 정착과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 명명하자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을 폭넓게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국에 조력한 아프간인들에 대한 보호의무는 기존 난민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논란을 만들기 싫어 난민이라는 단어를 피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결정은 다수의 국민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분석됐다.

난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월 그간 법무부가 비공개하던 난민 지침에 대해 2건의 재판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투명한 난민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9. 조부모, 부모 있는 손자녀 입양 가능

앞으로 조부모도 부모의 동의를 얻으면 손자녀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게 됐다. 양자의 허용 여부를 '아이의 행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3일 A씨 부부가 외손자를 입양하겠다며 낸 미성년자 입양 허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이송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다수 대법관(10명)은 입양 허가 시 양육 상황과 입양 동기, 양부모의 양육 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민법 867조의 취지와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을 고려할 때 미성년자 입양 허가 여부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심 재판부가 A씨 부부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주된 논거는 '친족관계의 혼란'이었다. 외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할 경우,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으로 입양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회적 관습보다는 입양되는 아이의 행복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정에 대한 심리나 고려없이 가족내부 질서나 정체성 혼란, 현재 양육에 지장이 없음만을 이유로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되고, 조부모 입양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과 고려 요소를 상세하게 제시했다"고 의미 부여했다.

10.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경찰은 지난 9월 24일부터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위장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장수사는 크게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뉜다. 경찰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 관련 증거·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다. 또 범죄 혐의점이 충분하고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가짜 신분을 만들어 수사할 수 있다.

경찰청은 위장수사로 지난 11월 말 기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한 70여명을 검거했다. 특히 신분비공개수사에 의한 첫 구속자도 나왔다.

대학생 A씨는 10대 공범 5명과 함께 올해 1~11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에서 유포됐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7만5000개를 텔레그램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아동·청소년 5∼6명에게 접근해 성착취물 제작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구매자를 가장해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청은 40명의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수사관을 위장수사에 투입했다. 또 소속 부서장 요청에 따라 추가로 수사관을 지정해 위장수사에 투입하는 등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위장수사 제도의 존재만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위장수사가 청소년성보호법에 규정된 것이라 성인 대상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위장수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또 현행 주민등록법상 제약 때문에 가상 인물의 주민등록증은 발급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향후 수사 범위와 기법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리 기획특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