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회계사, 영국에서도 "감사인 구하기 어렵다"

2022-01-05 10:56:05 게재

"당국 규제 강화 영향"

기업 ESG 업무 확대

감독당국 대규모 채용 등

회계제도 개혁 이후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회계사 수요가 급증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인 PwC의 영국 회장이자 수석 파트너인 케빈 엘리스(Kevin Ellis)는 "정치인과 규제 기관의 감사 산업에 대한 비판이 감사 업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자격을 갖춘 감사인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PwC는 최근 자격을 갖춘 감사인의 감소 수준이 올해 다른 사업 부문보다 8% 높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6% 보다 감소 폭이 확대된 것이다.

PwC는 향후 3 개월 이내에 입사할 예정인 적격 감사인 중 15%만이 영국 출신이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왔으며, 영국 내에서 지원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엘리스 회장은 "감사는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교육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신입 감사인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정치인과 규제 기관들이 감사가 투자 결정과 자본 시장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등 경제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그 매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PwC는 감사인 채용의 어려움을 정부의 비판과 규제 등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근 수요가 늘어난 ESG 관련 업무를 위해서도 감사인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앨리스 회장은 "투자자들이 기후 및 기타 ESG 문제에 대해 기업을 평가하고자 하는 현 시점에 감사업계가 인력을 잃는 것은 큰 타격"이라며 "우리는 더 적은 수의 감사인이 아니라 더 많은 감사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wC는 파산한 미니본드 회사인 '런던 캐피털 앤드 파이낸스'와 산업가 산지예프 굽타(Sanjeev Gupta)가 운영하고 있는 와일랜드 은행(Wyelands Bank)과 관련된 감사에 대해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소매업체 BHS, 건설사인 카릴리언(Carillion), 카페 체인 파티세리 발레리(Patisserie Valerie)와 같은 기업들이 파산하기 전에 경고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감사인들은 비난을 받고 있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은 지난 3년간 감사실패로 4200만파운드(약 678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회계법인들은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팀을 확장하고,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기후 영향과 같은 영역에서 공시된 비재무정보를 인증하기 위해 투자하는 등 회계사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감사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감독당국인 재무보고위원회도 업무가 늘어나면서 감사인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자격을 갖춘 감사인을 놓고 감독당국과 회계업계가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엘리스 회장은 재무보고위원회가 회계법인이 주로 어떤 부분에서 오류를 범했는지에 집중하는 대신 감사품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개선을 이끌어내는 규제기관이 되려는 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도 신 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사들의 몸값이 급등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신입 회계사 대부분은 빅4 회계법인에서 채용하고 있으며, 중견·중소회계법인은 소속된 저연차 회계사들이 빅4로 이동하면서 인력운용과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도 회계 전문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빅4도 인력 단속에 나서고 있는 등 회계업계 인력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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