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2022년 가계경제는 어떻게 될까

2022-01-07 11:36:57 게재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2022년이 밝았다. 이미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부분은 새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시작했지만, 가계들은 아무래도 이런저런 연말 정리에 쫓겨 이제야 신년계획을 세우는 듯하다.

이번 진단에서는 가계경제 관점에서 2022년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영향을 받게 될지 전망을 해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가계를 둘러싼 경제 환경변화를 조망해 보고 이러한 변화로 영향을 받게 될 올해 가계의 소득, 소비와 저축, 그리고 자산과 부채 부문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계경제 환경의 변화

가계 입장에서 가장 관심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올해 살림살이일 것이다. 작년보다 올해 살림이 필지 아니면 더 어려울지가 관심사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변수 중 하나가 바로 물가다.

작년 세계적인 물류대란과 유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들썩이더니 그 여파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요금 등 공공물가 수준은 물론 연료비,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올해도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산가격 급등과 세부담 강화, 그리고 조세전가 등으로 주거비 역시 상승하고 있으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올해 그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미 예고된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상반기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신규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조치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서민들의 통장은 올 한해도 채워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도 좋아지면 큰 부담은 없으련만 경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작년 한해 글로벌 경기회복 움직임 속에서 수출 호조로 버텨왔으나 코로나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4분기 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빠지면서 올 경제성장률 역시 3%대에서 다소 조정되는 모양새다. 이처럼 가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대내외 경제변수들은 올 한해 가계가 쉽지 않은 파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가계 소득

이와 같은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가계의 소득은 어떠할까? 2022년 가계부문의 소득 여건은 여전히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아래 있으며 부문별 계층별로 다른 특징을 갖는다. 가계부문의 가장 취약 고리인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며 강화된 방역조치가 언제 완화되고 소비심리가 회복될지에 따라 회생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가 그동안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면서 경제는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가계부문의 소득이 크게 나아지리라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코로나19의 완화 정도에 따라 경제는 서서히 회복국면을 맞게 될 것이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던 대면 서비스 업종과 자영업 계층을 중심으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계 소득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은 부문별 격차와 소득의 양극화를 확대시켰으며 따라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시장소득의 격차가 지속해서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다. 그동안 확대되었던 시장소득 격차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으로 처분가능소득 수준에서는 완화될 수 있었고 올해에도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와 재원확보가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가계 소비 및 저축

다음으로 소비와 저축 측면을 전망해 보면 전반적인 가계소비 위축이 우려된다. 주요기관들의 경제전망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소비의 V자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의 경제위기들을 살펴볼 때 위기시 소비급락으로 저축률은 급등하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소비지출이 반등해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번은 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과거 위기는 가계부채의 축적이 심하지 않았지만, 현재 문제는 '너무 많은 부채와 적은 소비'다. 더욱이 앞서 제기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가시화될 때 가계의 실질소득 하락과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은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2년여 동안 억압된 소비로 인해 쌓인 돈이 대부분 자산시장에 투자되어 부채와 함께 사용되었기에 가계의 소비가 크게 확대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한편 소득계층별로 보았을 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중·저소득계층의 경우에는 소비여력이 적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고소득계층들의 억압된 소비지출이 자산시장이 아닌 내수 증대에 사용된다면 그만큼 경제의 활성화는 빠르게 올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에는 가계부문의 부채상환 또는 채무조정이 중·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이것이 소비위축(indebted demand)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가라앉으면서 고소득계층은 그동안 억눌렸던 내구재 소비와 여행 지출 등이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소비여력이 있는 이들이 자산투자 대신 소비를 통해 내수를 살릴지가 빠른 경기회복의 관건이다.

가계 자산과 부채

마지막으로 가계의 자산과 부채 측면을 전망해 보자. 작년도와 같은 자산시장 붐은 가계경제 여건 변화로 인해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동성 확대로 풀려진 대출자금을 기반으로 2030세대들의 투자적인 행태 전환과 적극적인 자산시장 참여가 작년 자산시장 붐을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 특히 높아진 부동산가격과 '벼락거지'에 대한 두려움이 젊은 세대들의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는 '영끌' 같은 신조어는 사라지고 10년 전 용어들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집을 부채 또는 갭투자로 마련하면서 상환에 어려움에 빠진 가구들을 지칭했던 '하우스 푸어'와 '깡통전세'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전력을 투구해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또한 풀린 유동성을 조정하기 위해 금리인상과 함께 대출총량 규제를 강화해 관련 수요 역시 제약될 가능성이 커 올해 주택가격은 작년만큼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택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젊은 세대들의 투자에 대한 열망은 주식은 물론 비트코인 미술품 NFT 등 다양한 대체자산으로 관심을 두게 해 부동산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가 나타나는 원년이 될 수도 있다.

'부채경제' 시대의 청구서 도래

2022년은 코로나19의 영향과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첫해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좋은 소식임에는 분명하지만 이제 우리는 2년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했던 정책 수단에 대한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부채에 의존해 2년간을 버텨왔던 자영업자들, 그리고 '벼락거지'를 모면하기 위해 '영끌'까지 동원했던 차입자들에게 이와 같은 경제 전환기 상황은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계경제는 우리 경제의 근간으로 올 한해 재무적 건전성이 시험받는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분담이 긴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취약한 가계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거나 이득을 봤던 계층과 경제부문들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