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때 반대, 여당때 처리 … 이상한 일"
박용진·이용우·오기형 반발
"차등의결권, 재벌 민원"
시민단체 "원칙 훼손 계기"
이재명캠프에서 정책분야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신파 의원들이 법사위로 올라와 있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반대입장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들도 같이 힘을 더했다.
벤처기업 육성법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보유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굳이 왜 우리 정부에서 재벌들의 민원 요청 사항인 인터넷은행특례법, CVC 관련법에 이어 논란이 많은 (차등의결권을 담은)이 법을 처리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야당일 때 반대하다 여당 되어 처리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차등의결권은 악용될 소지가 너무 많고 우려도 많다"며 "관련 상임위 처리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이용우 의원, 오기형 의원과 같이 "복수(차등)의결권제도 도입에 적극 반대하며 국회 법사위에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차등의결권 도입이 벤처기업의 창업자가 지분희석에 대한 우려없이 대규모자금을 손쉽게 유치, 벤처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자는 취지와 달리 기업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문제점이 더 커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들은 "복수의결권은 벤처의 자금수요자 입장만 보고 있다"며 "벤처투자는 창업자의 기술과 경영능력을 보고 장기 회수를 목표로 이루어지므로 (자금공급자, 투자자가) 경영권을 위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 없이도 주주간 사적계약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으로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의 경우 복수의결권제도는 벤처기업 초기부터 도입하는 것이 아니고 주식시장 상장 직전에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과 "우리나라 상법에 이미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충분히 있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일단 도입할 경우 다른 기업들에게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형평성 논란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고는 "비록 벤처기업에 한정한다고 하지만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창업자가 마음대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은 천만 주식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1주1의결권원칙과 주주평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복수의결권제도의 도입은 공정한 자본시장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창업자나 지배주주의 이익만이 아닌 전체주주의 이익을 생각하도록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이재명캠프 청년과미래정치위원장, 이 의원은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은 "벤처기업법이라는 특별법에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 상법이 가진 '1주 1의결권 원칙'을 허무는데 그치지 않고, 향후 또 다른 상법상 원칙들을 훼손함과 동시에 회사제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나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몰조항으로 인해 상장 후 일정한 존속기간 (발행 후 10년,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급작스러운 소유구조의 변화가 초래될 것이고 이 경우 일몰조항 때문에 유니콘 기업이 거래소 상장조차 할 수 없다거나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게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또한 진정 벤처활성화를 하겠다면, 이와 무관하고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