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방자치 키워드│2. 지방소멸

헌법 1조에 '자치분권·균형발전' 넣어야

2022-01-12 11:51:19 게재

국가자원 배분방식 혁신 필요

세종시·혁신도시로 '인구분산'

특별지자체로 '인구 댐' 조성

지방자치 부활 32년 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이 13일 시행된다. 6월이면 민선 8기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새로 뽑는다. 앞서 5월에는 새 정부도 출범한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부활해 30여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지방자치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도 도사리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비수도권 지자체 절반 이상이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불균형은 국가존폐를 걱정할 만큼 심각하다. 2022년 새해를 맞아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지방자치의 현실에서 6.1지방선거의 의미와 지방소멸 대책, 지방자치 발전 과제를 짚어본다.

개헌국민연대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후보와 정당 등에 개헌 추진 약속을 촉구했다. 사진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제공


'민선 8기' 시대가 열리면 가장 먼저 직면할 문제가 지방소멸이다. 비수도권 시·군 대부분이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중앙정부 뿐 아니라 민선 7기 지자체들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지방소멸의 원인이 '출산율 저하'보다는 '인구 유출'이라는 점이 심각하다. 역대 정부의 수도권 일극화 정책이 지방소멸을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국가자원의 배분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선정·발표한 인구소멸지역 89곳. 자료 행정안전부

◆비수도권 시·군 절반이 소멸위험 =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세종시를 제외한 228개 시·군·구(제주·서귀포시 포함)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은 105곳(46.1%) 달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구감소지역도 비슷한 기준으로 선정했는데, 대상 지자체가 89곳이나 된다. 읍·면·동 기준으로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발표를 기준으로 전국 3545개 읍·면·동 가운데 1702곳(48%, 2020년 4월 기준)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군 지역은 이미 소멸 위험지역이 된지 오래고, 2020년부터는 경기 여주, 충북 제천 등 시 지역까지 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됐다.

20·30대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이 지방의 소멸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매년 10만명의 지방 청년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간다. 또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 10만명도 해마다 수도권으로 옮겨간다. 20·30대 인구의 56.2%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실제 경북 영양군과 비슷한 사례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은 한때 인구 1만여명 살았던 꽤 큰 면이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주민은 907명뿐이다. 30여년 만에 인구가 1/10도 안 남았다. 특히 초등학생은 19명뿐이다. 이곳에는 변변한 병원조차 없다. 한의원과 보건지소가 전부다. 경남 하동군 양보면은 현재 인구가 1700명 남짓이다. 구성을 보면 70대 이상이 680여명, 60대 400여명으로 60~70대가 주류를 이룬다. 20대는 79명, 10대는 50명뿐이다.

비수도권 군 단위 지자체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도시 기능은 점점 쇠퇴하고 있고, 빈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형적인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하혜영 국회 입법조사관은 "소멸지수를 반영하건, 정부의 인구감소지수를 반영하건 지방의 소멸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인구, 2013~2016년 반짝 순증 =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일어난 시기는 2013~2016년이다.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 조성으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2년을 기점으로 4년여간 벌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이 뿐이었다. 공공기관 이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구 이동은 멈췄다. 오히려 이전기관 반발로 정부 의지가 약해지면서 수도권으로 역유출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고, 세종시·혁신도시 정책은 지지부진해졌다. 문재인정부 역시 대통령이 약속했던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을 감행하지 못하고 다음 정부에 공을 넘겼다.

세종시·혁신도시 효과가 끝난 2017년부터 다시 급격하게 수도권 인구집중이 시작됐다. 2019년 말부터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 많은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혁신도시를 통한 지역 성장거점을 구축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 기업이 연계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와 함께 3권 분립 개념을 토대로 법원 공영방송 언론 대학 연구소 등의 파격적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담부서 신설, 종합대책 수립" =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부산·울산·경남이 추진 중인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도 하나의 사례다. 지역의 성장거점을 만들어 일종의 '인구 댐' 기능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의 실험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8년부터 전북·전남·경남 7개 시·군이 설립한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이 모태다. 각 시·군이 파견한 공무원들로 전담조직을 만들고 다양한 관광정책을 추진했는데, 최근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넘어서는 지방소멸대응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농민수당을 넘어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연간 1조원씩 10년간 편성해 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단발성 정책만으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과 정책수립, 집행이 필요하다.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긴급조치명령 수준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이 말하는 특단의 조치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추진할 강력한 부처의 신설과 이를 위한 개헌이다. 그는 "중앙부처 중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기능을 이관해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개편한 가칭 '분권균형부'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또 "헌법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문을 신설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항을 개정헌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5월 출범하는 새정부가 이런 대책들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중앙부처와 지자체뿐 아니라 대학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하는 통합적 추진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역격차 양극화와 그에 따른 인구소멸이 국가 위기요인 중 첫 번째"라며 "이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방국진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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