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이어 'KF-21(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UAE 수출길 열릴까
문 대통령-왕세제 정상통화
"차세대전투기 개발·생산 협력"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요청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후(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 통화를 갖고 '천궁II'에 이어 차세대 전투기 분야로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을 확대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천궁II 사업 계약과 우리 기업의 해저송전망 구축 사업에 왕세제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건설·인프라 뿐 아니라 국방·방산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를 희망하며 차세대 전투기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전날 두바이 엑스포 행사장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와의 회담을 계기로 4조원대 규모의 '천궁II' UAE 수출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천궁II' 국내 기술로 개발된 탄도탄 요격미사일체계다. 또 우리나라 방위사업청과 UAE 국방부는 '방위산업 및 국방기술 중장기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천궁II가 UAE의 방어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국과 UAE가 맺은 방산·국방 분야 MOU는 긴밀하게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강화된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KF-21의 UAE 수출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KF-21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4세대 전투기의 항공 전자 장비와 함께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4.5세대 전투기로 UAE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통화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협조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두바이 엑스포의 성공 개최를 축하하며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UAE의 성공경험을 공유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이 두바이 엑스포에 직접 참석해 존재감을 보여줘 감사하고 큰 힘이 됐다고 답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날 두바이 전시관에서 열린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 및 '자이드 지속가능성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아부다비 지속가능성주간은 UAE정부가 주최하는 에너지 분야 중동 최대 연례행사고 자이드 지속가능성상 시상식은 고 자이드 UAE 초대 대통령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행사다. 하지만 모하메드 왕세제는 이날 행사에 불참하고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취소했다. UAE측은 '예상치 못한 긴급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했지만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의 UAE 방문을 수행 중인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현지에서 동행 취재 중인 기자들과 만나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행사는 고 자이드 대통령 유지에 따른 매우 중요한 국가적 행사"라며 "모하메드 왕세제가 지속가능성 행사를 치르면서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패싱'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UAE측 설명을 그대로 받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국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만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우리 정부도 이해한 만큼 외교 결례 논란으로까지 번질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정상회담을 대신한 이날 통화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는 이런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이라며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며 거듭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왕세제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모하메드 총리가 따뜻하게 환대해주었고 나와 대표단을 위해 기울여준 성의와 노력에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날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시설이 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UAE를 비롯한 중동지역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민간인을 공격하고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테러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아부다비 드론 공격 사태에도 문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수소경제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한·UAE간 협력을 확대해나가자고 밝혔다. 또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관계자들과 오찬을 같이 하고, 오후에는 한국과 UAE간 의료협력 성공사례로 꼽히는 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을 방문해 한국 의료진과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두바이 일정을 마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방문한다. 우리나라 정상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것은 7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수도인 리야드에 도착한 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공식회담을 갖고,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