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학폐교 쇼크' 대안을 내놓을 때다

2022-01-19 11:38:55 게재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대 교육부총리에 윤덕홍 전 대구대 총장을 임명하자 사립대학, 특히 사학법인들이 잔뜩 긴장했다. 학원민주화 운동으로 해직된 그의 경력 때문이었다. 그런 윤 부총리는 그해 11월 진보진영에서 '금기어'처럼 여겨왔던 "사립대학 설립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퇴출을 결정하는'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파격적인 구상이었다.

논란 끝에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배경은 출산율 하락이 불러온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 위기였다. 2000학년도 대입에서 고3 응시생은 81만6000명으로 대입정원 70만6000명보다 11만명이 많았다. 2002학년도에는 각각 73만2000명, 72만6000명으로 비슷해졌다. 하지만 2003학년도에는 고3이 64만5000명으로 줄어들며 역전됐다.

이때부터 대학가에서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사립대가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특정 지역보다 남쪽에 소재한 대학은 위험하다는 소위 'OO벨트'라는 유행어도 등장했다.

이후 집권한 정권들은 나름 해법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대학정원 감소 속도가 출산율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학의 위기는 날로 가중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 100만여명 수준이던 신생아는 1980년 86만여명, 1990년 65만여명, 2000년 63만여명으로 줄었다. 특히 노무현정부에게 설립자 보상까지 고심하게 만든 2002년 출생자는 49만2111명으로 처음으로 5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해 신생아는 26만3000명 정도. 이들이 대입을 치르는 2040학년도 대입 자원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20년 후에는 대학숫자나 모집인원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보고서에서 올해부터 2032년까지 약 10년을 대학 줄도산 사태를 막을 골든타임으로 제시했다. 이 기간 동안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2040년 지방에는 국립대만 남게 된다. 문제는 지방대학 폐교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서남대 한중대 폐교로 그 지역사회는 몸살을 앓았다.

차기정부가 임기 동안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그 다음 정부부터 국민들은 지방 사립대학의 연쇄 몰락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대학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집중하는 또 한가지 이유다.

하지만 각 대선후보들은 아직까지 고등교육과 관련한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대선후보들은 '폐교 쇼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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