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귀의 ESG경영

국제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2022-01-24 15:08:25 게재
김진귀 삼정KPMG 전무이사, ESG 정보공시/인증 리더

최근 ESG 경영과 투자가 대세가 됐지만 여전히 답변이 어려운 질문은 "ESG 하면 돈이 되나요"다. 표현을 고급스럽게 바꾸면 "자본시장의 가격결정에 ESG가 반영되고 있는가"다.

2021년 글로벌회계법인 KPMG가 전세계 90개 연기금, 자산운용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기후투자 관련 설문조사는 객관적인 현실을 말해준다. '자본시장에서 기후리스크를 반영한 가격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답변은 약 10% 수준(상장주식14%, 대체투자11%, 채권8%)이며, 대부분 '부분적 또는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물론 대부분 '향후 3년간 자본시장에서 기후리스크를 반영한 가격메커니즘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했다. 가격메커니즘의 왜곡원인으로는 정부정책 지연, 단기 실적주의, 미흡한 데이터표준화를 지목했다. 특히 데이터표준화와 관련해 기후관련 데이터의 정의와 기준이 미비하고 기후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공시의무요건이 없는 것을 근본원인으로 꼽았다.

시장엔 양질정보 제공하지만 기업엔 부담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2021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ISSB) 설립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시기준을 개발하기로 했다.

ISSB는 우선 시급한 기후 관련 공시기준을 2022년 중후반까지 개발한다. 특히 재무정보와 지속가능공시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중심이 아닌 투자자 중심으로 기업가치 변동요인에 초점을 맞춘다.

ISSB는 기존의 다양한 공시기준 중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와 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의 산업별 지표를 기반으로 일관성과 비교가능성 높은 기준을 개발할 것이다. 현재 TCFD 권고안은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 지표로 공시하도록 요구하는데, 기업들은 데이터 정의와 측정 등의 이슈로 제대로 된 공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도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속가능성 공시 수준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ISSB 공시기준이 나오면 이것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 관련 공시항목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 분석은 투자자들에게는 최상의 평가도구가 되겠지만, 기업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 추진이 가속화되며, 스코프(Scope)3를 포함한 탄소배출량 공시 같은 요구사항들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의 ESG 공시법안은 미국 상장기업들과 거래하는 국내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실제로 ISSB의 공시범위 및 의무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공시 강화 추세는 ESG 공시의 제3자 검증과 맞물리며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컨설팅사의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대행을 이용하며, 특정부서의 부가적인 업무로 보고서를 발행했다. 주관부서도 충실한 보고서 기획과 자료 검증보다는 자료 취합과 보기 좋은 보고서 발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기업들은 ISSB 공시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정보수집 절차와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잘 기획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첫째, 지속가능보고서 발행을 위한 제대로 된 기획과 평가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우선 기업의 경영전략과 ESG 공시 지표간 연관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기존 공시기준과 ISSB 공시기준과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추가 공시정보가 없는지 확인한다. 특히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ESG 요인을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투자가들이 기업가치 평가시 어떤 기준을 사용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향후 공시기준 강화 및 일정 단축, 녹색분류체계 도입, 제3자 인증 등의 변화를 고려하며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업들, 지속가능 보고체계 정비 시급

둘째, 기존 보고절차를 조직내 공식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공시정보 및 데이터가 어떻게 정의되고, 측정 및 보고되는지, 통제 미비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매년 산출기준이 변경되었던 공시정보를 점검해보고 '그린워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제3자 검증을 받는다. 이는 공시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보고 체계상 미비점을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진귀 삼정KPMG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