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경영자 책임

2022-01-26 11:32:28 게재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글로벌 치과 임플란트 소재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는 1월 10일 자금팀장인 이모씨가 2215억원을 횡령했다고 공시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고 코스닥 150지수에 포함된 우량기업이다. 또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 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모씨가 2020년 3월부터 수차례 회사 현금을 몰래 빼내 주식투자에 활용하고 다시 채워 넣는 방식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식투자가 실패하자 금괴 855개를 매입해 은닉하고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이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고, 많은 소액주주는 거래중단과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됐다.

이런 와중에도 회사 대표이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좋고, 횡령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어 정상적인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일개 팀장 혼자서 자기자본에 맞먹는 현금을 마음대로 빼돌리는 회사에 돈을 맡길 투자자는 별로 없다.

대규모 횡령은 무력화된 내부통제시스템이 원인

주주가 기업에 돈을 투자하면 경영자는 대리인으로서 주주의 돈을 최선을 다해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사내에 적절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또한 전문성이 있는 내부감사조직을 설치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오류와 부정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부통제의 핵심은 업무분장과 승인제도다. 즉 돈을 출납하는 사람과 이를 장부에 기록하는 사람을 분리하고 자금집행 업무는 반드시 상급자의 승인을 받도록 제도화함으로써 다수 직원이 공모하지 않고서는 횡령을 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더불어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전표가 수정되는 경우 반드시 시스템 상 기록을 남기게 할 수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건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정상적으로 구축해 운영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회사의 주장대로 내부공모자가 없다 하더라도 경영자는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 실패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018년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상장기업은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 경영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운영할 의무가 있고, 감사위원회나 내부감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을 평가하고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 외부감사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절하게 운영되는지 감사를 수행하고 의견을 표명하게 돼 있다.

자산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오스템임플란트는 2020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운영, 내부감사의 운영평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등 3단계에 걸친 내부통제시스템이 모두 무력화된 것이다. 이번 대규모 횡령 과정에서 경영자와 내부감사, 외부감사인이 자신의 업무를 적절히 수행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운영은 결국 경영자의 책임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을 귀찮게 하거나 회계법인의 일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외부 주주로부터 투자받은 돈이 적절하게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직원이 마음대로 회사 공금을 횡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만으로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제도는 사람이 운영하기 때문에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자들은 여전히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귀찮은 일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허술한 내부통제가 한순간에 회사를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경영자 인식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