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적발에 사육제한은 '협박성' 규제
2022-01-27 10:58:12 게재
축산농가, 가축전염병예방법시행령 개정안에 반발 … 농식품부 위기관리 능력 도마 위에
축산단체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이 농가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의 과잉규제라며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식품부 규탄 대회를 열었다. 농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놀란 농식품부가 가축전염병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과도한 살처분을 하다 이번에는 사육시설을 아예 폐쇄하는 조치로 농가를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축전염병 관련 조치에 앞서 농식품부는 원유가격 인상과 낙농진흥회 운영 방식을 놓고 낙농가와 갈등하고 있어, 농식품부 규탄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12일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며 방역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축산농가에 대해 사육시설 폐쇄와 사육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방역기준은 모든 양돈장에 8대 의무시설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현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속한 농가만 8대 의무시설을 충족하면 된다.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전국 모든 양돈농가들이 8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가금류에 대해서는 사육시설과 연결된 알분뇨 운송벨트와 벨트 주변에 야생동물 접근을 방지하고 주변 바닥을 소독해야 하는 등의 방역의무시설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한돈협회는 "ASF 발생 우려지역이 아닌데도 방역시설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겼을 때 사육제한과 폐쇄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해 축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역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이동제한 명령을 어길 경우 1회 적발시 3개월의 사육제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축산농가는 1~2년 키워야 하는 가축을 3개월씩 사육시설에서 빼 내는 것은 사실상 사육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사육시설을 영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폐쇄' 조치하는 것도 협박에 가까운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축산단체들은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끝나는 2월 4일 이후부터는 정부와 간담회 개최, 축산업계가 제출한 의견에 대한 수용을 촉구하는 한편 국무조정실에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돈협회는 "농식품부가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에 대해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것을 전면 반박하고 축산업계 입장을 각계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국회를 통해 정부안을 상쇄할 맞불 법률 발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정부의 방안에 반기를 들었다. 정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가축전염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스마트 축사 지원 등을 통해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첨단친환경축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농식품부는 최근들어 야생멧돼지와 야생조류 등에 의한 가축전염병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부터 강력한 살처분 조치를 내렸지만 ASF나 조류인플루엔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예방적 살처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항변인 셈이다.
농식품부는 2월 3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개정 시행령을 공포한다. 이 절차가 진행될수록 농식품부와 축산농가의 마찰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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