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인상 가능성에 그리스·이탈리아 국채 흔들

2022-02-08 11:19:30 게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유로존 남부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최고치를 향해 오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파고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르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에 투자자들이 반응하면서다.

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지난 수개월 동안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해 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로존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반등할 때까지는 재원조달 조건을 우호적으로 유지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중기적 차원에서 2% 목표치에 안정화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주 매파적인 전환의 신호를 보냈다. 그는 "ECB 이사회는 1월 유로존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5.1%)에 대해 만장일치로 우려를 표했다"고 지적하며 올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ECB 이사이자 네덜란드중앙은행 총재인 클라스 크노트는 보다 직접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주말 공개적으로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4%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올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4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ECB는 가능한 한 신속히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충격으로 유로존 남부 국가들의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p 상승해 1.84%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직후인 2020년 4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유로존 국채시장의 핵심지표인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1.63%p로 상승했다.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독일 10년물 국채와 그리스 10년물의 스프레드는 더욱 커졌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0.3%p 상승한 2.55%가 됐다. 2019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팔자 압력이 커졌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1.1%를 넘어섰다.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FT는 "유로존 전문가들은 ECB가 몇달 뒤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가능성, 10여년이 넘는 금리동결 이후 처음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유로존 국채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ING 거시경제연구 헤드인 카스텐 브제스키는 "우리는 마이너스금리 시대를 끝내고 있다"며 "그리스 국채금리는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브제스키는 "투자자들은 ECB가 6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극단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아무리 일러도 ECB의 금리인상은 9월에나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로존 국채위기를 촉발했던 2011년처럼, ECB가 기준금리를 조급히 인상하는 실수를 되풀이할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의 수석 경제자문관인 에릭 닐센은 "우리는 설익은 통화긴축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2023~2024년엔 저성장과 고실업, 2% 이하 저인플레이션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요일 유로존 증시는 대개 상승했지만,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1.7% 하락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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