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전환과 컨테이너물류의 변화
해운회사가 아닌 화주 입장에서 보면 컨테이너 운송은 항구에서 항구까지로만 연결되는 해상운송이 아니다. 하지만 일관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포워더(Forwarder)가 잘 발달하지 못하고, 한진해운 파산 이후 외항 컨테이너해운 재건에 집중해 온 우리는 해상운송이라는 측면에서만 컨테이너 물류를 보는 경향이 있다.
해상운송에서 통합물류로 변화
한진해운이 무너진 2016년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온 해이기도 하다. 그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주제로 다뤄진 4차산업혁명은 우리의 생활에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몰고 왔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황예측과 운영 최적화, 스마트항만 자율운항선박 플랫폼화 등 해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전환은 컨테이너 '해운'을 해상운송을 넘어서 문전에서 문전까지(도어 투 도어) '복합물류'로 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글에서 머스크를 검색하면 회사이름 옆에 '통합 컨테이너물류와 공급망 솔루션 서비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는 어디로 가고 있기에 서비스를 이렇게 정의한 것일까.
이들의 움직임은 지난해 7월에 출범시킨 공급망관리 플랫폼 '플로우'(Flow)와 2018년에 IBM과 공동으로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문서 통합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TradeLense)로 압축된다. 전자는 물류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플랫폼이고, 후자는 물류서비스의 이행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원플랫폼이다.
물류산업에서 디지털플랫폼 전환이 이뤄지는 경로는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퀴네+나겔과 같은 대형 오프라인 물류기업이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아마존 같은 대형 화주기업이 자가화물을 기반으로 디지털 물류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어비앤비 같이 어떤 물리적인 기반도 없이 온라인 거래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창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컨테이너 물류의 경우 아직 어떠한 접근으로도 지배적인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1위의 해상운송모드(선박) 운영자인 머스크가 물류통합자로 전환을 선언하고 나서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다.
바뀌는 게임규칙 속 해운기업들 선택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HMM은 컨테이너 해운산업이 지난 수십년 간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고 최근의 시황폭등을 향유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의 성공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다양한 모드의 통합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은 특정 모드의 운영에서 나오는 이익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컨테이너 정기선은 머스크에게 돈을 버는 영역(profit center)이 아닌 비용을 통제하는 영역(cost center)이 될 수 있다. 머스크가 벌어들이는 돈이 '통합'(integration)에서 나오고 해운부문은 손익분기점만 유지한다면 그와 경쟁하는 HMM은 영원히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선대확보에 목숨을 걸어왔던 선사도, 물류를 교통의 일부로 보고 있는 정부도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