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자 다수 종사하는 판매시설 산재 급증

2022-02-15 11:06:59 게재

최근 20년간 40% 늘어 건설업 넘어서

편의점·슈퍼 등 사고방지 자구책 내놔

요양시설 등 종사자 재해도 6배나 증가

일본에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쇼핑몰 등 소매·판매업 종사자의 산업재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업종에서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작업장내 재해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후생노동성 '노동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소매업종의 재해건수는 4일 이상 휴업한 경우만 지난해 1만7000건에 육박했다. 이는 최근 20년간 39%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소매업 종사자수가 7% 가량 줄어든 것에 비하면 1인당 재해건수는 더 늘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제조업은 2021년 2만7000건 수준으로 최근 20년간 37% 줄었다. 건설업은 최근 20년 새 46%가 감소해 2020년(1만5000건)에 처음으로 소매업을 밑돌았다.

중소규모 판매 사업장에서 산재가 늘어나는 이유로 종사자의 고령화가 꼽힌다. 총무성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업에 종사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96만명으로 20년 전에 비해 5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신경이 저하하는 고령자들이 물건의 운반과 적재 등의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다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종업원의 고령화와 자동화의 지체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면서 "건설업이나 제조업과 비교해 사망이나 중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 미흡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산업성 기업활동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1명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은 제조업이 연 1100만엔(약 1억1400만원)인 데 반해, 소매업종은 500만엔(약 5200만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소매업의 특성과 상대적으로 영세한 사업장이 많은 관계로 제조업에 비해 로봇의 활용 등 자동화가 더디고 노동집약적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업주의 안전의식도 문제다. 제조업이나 건설업은 작은 실수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이지만, 판매업종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대체로 경미하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재해협회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는 경영과 안전은 불가분의 관계지만, 판매업종은 그러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판매업종의 산재가 늘어나면서 업체별로 다양한 대안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형 편의점업체인 '로손'은 2019년부터 새로운 점포를 개장할 때 바닥이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내부를 밝게 하기 위한 소재를 사용하던 것에서 사고방지에 우선을 둔 조치로 올해 1월 현재 전국적으로 1700개 점포로 확대했다.

일본 간사이지방을 주된 영업대상으로 하는 슈퍼마켓 체인 '헤이와도'는 재해방지를 위해 종업원의 개별작업을 철저히 분석해 안전대책을 담은 매뉴얼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생선이나 청과물 등을 다룰 때 찰과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장갑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작업중 낙상사고 등을 막기 위해 접이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대책은 모두 현장의 아이디어와 제안에서 나온 간단한 조치이지만 사고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업체의 재해건수는 지난해 250건 정도로 3년 만에 30% 가량 줄었다.

한편 산재사고의 절대건수는 소매업에 비해서 적지만 증가추세가 심각한 곳이 각종 사회복지시설이다. 특히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발생한 재해는 지난해 1만3000건을 넘어서 최근 20년간 500%나 급증했다. 요양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은 200% 정도 늘었지만, 사고는 그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들 시설에서 가장 흔한 업무상 재해는 요통이다. 고령자의 이동이나 목욕 등을 돕는 일이 많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가는 일을 반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서라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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