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청약' 눈감은 금융당국, 대책마련 늑장

2022-02-17 17:50:52 게재

무분별한 경쟁에 공모가격 왜곡

기관·개인투자자간 형평성 논란

수요예측 독려해온 제도적 허점

LG에너지솔루션 IPO(기업공개) 이후 기관투자자의 1경 5203조원대뻥튀기 청약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은 늑장 걸음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많은 특혜를 주면서 수요예측을 독려해 온 제도적 허점이라며 공모주 시장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꼬집었다.

국내 IPO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 기관투자자의 주문금액은 별다른 제약이 없다. 기관과 개인투자자간 증거금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거금 50%를 내야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증거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 가운데 최대 물량을 더 높은 가격에 쓸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모주 배정금액만 투자신탁 자산총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경쟁률이 높은 경우 그 주문만큼 배정을 받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에게 내리는 제재는 미청약·미납입의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재조치는 없다.

기관투자자의 증거금 납부 의무 면제 제도가 허수 주문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반면 일반 청약 투자자의 경우 청약금액의 50%를 주관사에 예치시켜야한다. 증거금을 낸 개인투자자 1명이 균등 배정 방식으로 받는 물량이 1~2주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로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허수 청약'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 높아지면서 금융투자협회와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를 손질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달라 갑론을박 중이다.

금투협 한 고위 관계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투자일임사만 수요 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투자일임업을 등록한 후 2년이 지나거나 투자일임 규모가 50억원 이상일 때만 회사의 고유 재산으로 수요 예측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로 기관투자자들도 증거금을 내게 하거나 신청한도를 정하는 방법, 또는 자본 동원계획서를 확인하는 방법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새로 논의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은 이달 말이나 3월 초 쯤 확정 발표한 뒤 4월 증권신고서 제출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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