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활용 무한 확장
베이징올림픽 디지털화폐 등장, 한국 모바일면허증 발급
메타버스 배경 국내외 NFT 열풍 … 탈중앙화 신원증명·금융 대세
중국은 올림픽 선수단과 취재진 등 외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게 허용했다. 선수촌과 경기장의 편의점, 식당,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곳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깔았다. 국제사회에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으로 선보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위안화 외국인 사용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발행한 디지털화폐가 처음으로 국제행사에서 사용됐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크다.
최근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이 사용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이 화제가 됐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지난달 27일부터 8만명에게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선착순으로 시범 발급하고 있다. 6개월의 시범기간을 거쳐 오는 7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당초 정부 예상보다 신청자가 많이 몰리면서 발급업무를 접수하는 창구에 긴 줄이 생기는 등 혼잡을 빚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후 매일 1000건 이상씩 발급이 이뤄졌다.
DID 방식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개인의 모든 신원정보를 발급기관이나 서비스 공급자의 서버에 일괄 저장하던 중앙집중식 신원증명 체계와 다르다. 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돼 필요한 정보만 선별 제출하고 사용 이력도 본인만 확인 가능하다.
두 사례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분야가 경제·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관심을 끈 금융 분야는 물론이고 문화·콘텐츠, 의료, 물류·유통, 에너지 등 전 산업으로 이용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블록체인으로 인한 비즈니스 가치창출이 급증해 2025년에는 1760억달러, 2030년에는 3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회사 PWC는 블록체인 기술이 2030년까지 전세계 GDP에 기여하는 잠재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7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CBDC 암호화폐 대체 화폐로 급부상 = CBDC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대응하는 디지털화폐로 급부상하고 있다. CBDC는 국가가 주도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폐를 말한다. 법정 통화 기능을 해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민간 암호화폐와 성격이 다르다.
세계 주요국들은 암호화폐 활성화에 따른 금융 불안정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CBDC에 대한 연구와 발행을 준비중이다. 또한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금융안전성보고서에서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위협으로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 취약 △각국 규제기관간 데이터 격차로 인한 규제 허점 증가 △스테이블코인 위험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와 같은 기존 법정화폐나 상품에 가치를 연동시킨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등 일반적인 가상화폐의 약점인 심한 변동성을 보완한 것이다.
선진 7개국(G7)의 재무장관들은 지난해 9월 CBDC의 투명성과 법치, 건전한 경제 등 공동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3개 원칙에 합의했다.
한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인 것과 관련한 기사에서 "미국이 자체 CBDC를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미 달러화를 대체하는 다른 화폐에 더 친숙해지면서 결국 미국이 CBDC 경쟁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나라 CBDC가 널리 퍼지면 언젠가는 미국 금융시스템을 거치지 않고서도 국가 간 송금이 쉬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미 달러의 지위가 압도적이지만 CBDC로 인해 미국의 금융제재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NFT 이용 디지털아트 780억원 낙찰 = 최근 국내외 콘텐츠 업계에서는 대체불가토큰(NFT)이 가장 큰 화제다.
NFT는 대체 불가한(Non-Fungible) 토큰(Token)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 파일 소유주와 거래기록을 저장해 위변조와 삭제가 불가능한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란 가치를 부여한다.
지난해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NFT를 이용한 작가 비플의 디지털 작품 '매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80만달러(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본명이 마이크 윙켈만인 비플은 2007년 5월부터 매일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렸다. 매일은 5000일간 창작한 작품을 합성해 만들었다.
지난해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진행한 경매에서 우국원 작가의 NFT 작품은 약 6800만원에 낙찰됐다. 배우이자 작가인 하정우 씨의 NFT 작품은 약 5600만원에 팔렸다.
미국 우정국(USPS)은 지난해 4월 NFT를 이용해 종이 대신에 전자우표로 발행하는 전자운송장 사업자를 최초로 승인했다. USPS는 NFT로 인쇄된 우표를 도입해 우편·배송 정보를 불록체인에 안전하게 저장하고 물픔 검증·추적 기능 등을 이용해 우편·운송서비스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NFT가 메타버스를 바탕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 아이템 등을 누구나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제작' 기능을 제공하고, NFT는 핵심 '거래·교환' 수단으로서 작용한다.
실제 NFT 발행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NFT 거래액은 총 12억6000만달러로 2020년 누적 거래액 대비 4배 성장했다. NFT 주요발행분야는 메타버스(25%), 아트(24%), 게임(23%), 스포츠(13%), 수집품(11%) 등이다.
◆탈중앙화 신원증명 확산 = 정부가 지난달부터 발급하기 시작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기존 신원확인 방식과 달리 개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완전한 통제권을 갖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행정안전부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에 이어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준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통신3사와 함께 4월 중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상반기에 정부24앱에, 하반기에는 민간플랫폼인 패스(PASS)앱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DID를 활용한 디지털 신분증 도입이 대세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6월 27개 회원국 시민이 지방 정부 웹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단일 신원을 사용해서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는 '디지털 신분증 지갑' 도입을 선언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주요 IT기업과 협력해 DID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진행한 세계개발자행사(WWDC)에서 디지털 신분증을 선보였다. 또 지난해 9월부터 미국 교통안전청과 협력해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 등 8개주에서 디지털 신분증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DID 시장이 2021년 101억달러(12조원)에서 2025년 252억달러(30조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먕했다.
◆금융분야 탈중앙화 확산 추세 = 금융부문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 금융체계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중개기관을 중심으로 금융거래를 수행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체계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디파이는 중앙화된 법정화폐 기반 핀테크와 가상화폐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파이(Centralized Finance: CeFi)와 비교해 규제나 관리주체, 보안 특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거래수단이 가상자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시파이와 같다. 하지만 관리주체는 시파이가 서비스 제공자인데 비해 디파이는 개인이다. 데이터 저장도 시파이는 중앙서버인데 비해 디파이는 참여자 단말이 맡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디파이 서비스 분야는 대출 분야,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의 비중이 높다. 자산관리, 파생상품 등으로 확산 추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김동철 수석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인 블록체인 산업 선점과 글로벌 생태계 주도를 위해 범국가적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며 "핵심 원천기술과 혁신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