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향하는 K-콘텐츠│인터뷰-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콘텐츠는 무한한 가능성 … 상상력엔 한계 없다"

2022-03-03 11:28:22 게재

IP(지적재산권) TF 구성 예정·콘텐츠금융지원단 신설 … "다른 사람 의견 듣고 수용하는 자세 중요"

■최근 K-콘텐츠의 성장세가 놀랍다.

코로나19로 많은 산업들이 위축됐다. 그런데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시대, 온라인 시대, OTT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 규모는 133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며 고용 규모는 2020년에 줄었다가 지난해 반등해 67만명으로 추정된다. 콘텐츠 수출 100달러를 하면 다른 소비재가 248달러 추가 수출이 된다는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자료도 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관광산업정책관/국민소통실장/종무실장. 사진 이의종

 

지난해 K-pop 축제인 '온한류축제'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방송을 했다. 당시 173만뷰를 기록했고 80%가 해외에서 접속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전략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

옛날에는 땅 속에서 광물을 캐고 석유를 찾아냈다. 디지털 시대, 세계가 연결된 시대에 콘텐츠 산업은 지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광물을 캐내는, 새로운 에너지 산업이다.

정책과 연결해 말하자면 콘텐츠 산업 정책은 딱 3가지다. 첫째, 인력이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인프라다. 사람이 만들되 장비, 기술이 들어간다. 셋째, 돈이다. 제작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이 3박자가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땅 속에 있는 광물 자원은 한계가 있지만 사람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K-콘텐츠가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스토리텔링이다. 콘텐츠는 새로운 플롯, 즉 구성, 관계, 갈등 설정 등 새로운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즐거움도 추구하지만 그 보다 콘텐츠가 갖고 있는 가치가 중요하다.

지금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유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갖고 있는 보편성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사람들이 뭔가 탈출구를 찾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나.

콘텐츠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중요한 것은 정보와 네트워킹이다. 첫째, 정보는 진출하는 국가에 대한 법 제도는 물론 문화까지 포함한다. 각 국가에 맞는 콘텐츠가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정보들이 깊이 있게 제공돼야 한다. 둘째, 각 국가의 콘텐츠 산업의 키맨(key-man)들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콘진원은 '콘텐츠수출마케팅플랫폼웰콘'에서 각 국가를 연구하고 자료를 펴내고 있다. 보다 더 심도 있게 정책 연구를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각국에 해외 비즈니스센터 8곳, 마케터 2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너무 적다. 최소한 한국문화원이 있는 곳만이라도 비즈니스센터가 설치돼 콘텐츠 기업의 네트워킹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콘텐츠 산업에서 IP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콘텐츠가 성공하면 완구 음식 등 다른 산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IP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데 필요한 인력, 인프라, 돈이 다 갖춰져 있으면 (IP에 대한) 협상력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들은 규모가 작다. 매출이 10억 미만인 곳이 90%에 이른다.

작은 곳이 많다는 것은 그 안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그 안에서 살아남으니까 세계 시장에도 나간다고 봐야 한다. 큰 프로젝트를 하려면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콘텐츠 기업들도 이제 스스로 기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이런 성장 과정에서 양적 질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갖춰나갈 생각이다. 또 게임 회사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산업이 전반적으로 융복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융복합 인력을 심도있게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다시 IP로 돌아오면, 콘진원 내 대중문화본부를 중심으로 전 장르가 포함되는 IP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 업계 현장 전문가들도 함께한다. IP가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인식 아래 IP와 관련한 여러 움직임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장이다. 또 IP 박람회를 통해 IP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고 우리나라 IP뿐 아니라 해외 IP를 받아들여 상호 이용할 수 있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가려 한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신설된 콘텐츠금융지원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직은 기능별로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존재하는 장르를 인정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기업이 콘진원의 지원을 받을 때, 일일이 인력 부문, 자금 부문 각각 연락해 지원을 받으려면 너무 복잡해진다. 그래서 장르별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장르별 조직을 구성하되 전 장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문은 '단'으로 구성을 했다. 본부보다는 작은 조직이다. 그 중 하나가 콘텐츠금융지원단이다. 지역 콘텐츠 기업 지원, 벤처 투자 지원 등 자금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을 고민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또 콘텐츠 업계에 금융기관들이 생각하는 바를 컨설팅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콘텐츠 업계가 자금 대출과 관련해 어떻게 준비했으면 좋겠는지 설명을 듣는 장을 만들려고 한다. 콘텐츠 업계와 금융기관끼리 네트워크도 만들 계획이다. 진흥원 내 각 본부들도 금융지원단과 긴밀하게 협업할 계획이다.

■사회적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콘텐츠 산업에서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가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ESG 경영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환경 문제,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 사회적 교류, 혼자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협업 등의 가치가 담겨있다.

콘텐츠 산업에도 ESG 경영은 중요하다. 예컨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콘텐츠 업계가 전반적으로 융복합 현상이 나타나니까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

콘진원은 콘텐츠 기업을 선정해 제작 지원을 할 때 추구해야 할 것을 추구하지 않는 업체들은 지원에서 제외하고 있다. 공통 점수에 일자리 창출, 지역과의 교류, 환경 문제 등에 대한 기업 활동을 평가해 반영하고 있다. 또 콘진원은 지역진흥기관, 업계 협회와도 같이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기존에는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면 이제는 다른 나라 시장을 하나의 전략 시장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성과는 어떠한가.

콘텐츠 산업은 기본이 창의성과 새로움이며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신문이 등장하면서 관련한 여러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방송, 게임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새로운 분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볼 수 있다.

콘텐츠 시장을 국내로 한정하면 제로섬 게임이 되지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면 확장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전략적으로 새로운 분야, 새로운 기술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콘진원은 융복합 아카데미 등 인력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멘티가 멘토로부터 현업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창의인재동반사업도 운영 중이다. 또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실험의 장을 지원하고 있다. 신기술 등 새로운 분야는 민간에 맡기면 위험이 커서 시도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공기관이 나서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한편 콘진원은 지난해 일자리 창출 관련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선정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 표창'을 수상했다. 콘텐츠 스타트업을 지원해 109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맞춤형 콘텐츠 일자리센터를 통한 구직자 프로그램을 운영해 915명의 청년을 지원했다.

■문체부 출신 첫 콘진원장이다. 문체부 출신의 장점과 임기 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문체부 출신의 장점은 잘 모르겠지만 직원들에게 일을 하면서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는 말자고 한다. 문체부에서 관광산업정책관을 지냈는데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 보다 좋은 것 등 다른 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를 크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한다. 내 생각에 갇혀 있으면 안 되고 다른 생각,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생각했던 방법, 정책 대안이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비교해서 더 좋은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

대담 김기수 정책팀장·정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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