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물가장관회의, 유류세 추가인하에 무게

2022-03-03 11:00:08 게재

국제유가 100달러 넘어서

우크라 사태, 불확실성↑

유류세 인하 연장 확실시

20% 인하율 얼마나 확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 개최를 예고했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시장에서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등 에너지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4월 말까지 적용 중인 유류세 20% 인하 연장은 사실상 확정됐다. 상황판단에 따라 인하폭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4일 통계청이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 직후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가 상승, 소비자물가로 전이 =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6% 올랐다. 4개월 연속 3%대 상승세다. 이런 물가기조는 국제유가 상승세 영향이 크다. 1월 석유류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6.4%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지난달 하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생산 비중이 12%에 달하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배럴당 가격은 103.41달러로 전일대비 8% 뛰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104.97달러로 7% 가량 급등했다. 2014년 7월 이후 약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재가 이뤄질 경우 국제유가 상방 압력은 더 세질 수밖에 없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11월 1800원을 넘긴 후 유류세 인하에 1600원대로 내려왔지만 다시 오름세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00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25일(2001원)이 마지막이다. 당시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EU 등 서방국가 간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서 에너지 수급난이 커져 국제유가가 크게 치솟았다.

◆물가 추가대책 나올까 = 이때 문에 홍 부총리가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연장 및 인하율 확대 등 추가 대책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2017년 1월 이후 약 5년 만에 열리는 물가 관련 장관급 회의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만만찮아 유류세 인하 연장 결정은 시간문제"라며 "인하폭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하 연장 등을) 결정할 경우 법령 작업을 거쳐 4월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홍 부총리도 이날 열린 비상경제중대본회의에서 "내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집중 강구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파급영향 즉 수출대책과 공급망대응, 유가 등 원자재 대책, 금융제재 대응 등에 대해 일일 비상대응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애로를 지원하며 정책대응·국제공조 등 문제도 촘촘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로 인한 세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6개월간 유류세 30% 인하할 경우 세수가 최소 3조7500억원에서 최대 4조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나 유류세 인하폭 확대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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