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시대정신 묻기가 부끄럽다

2022-03-04 11:42:14 게재
대선이 코앞이다. '참 더러운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흙탕인 점도 문제지만 더 큰 걱정은 대선 이후다.

여야 관계없이 당장 표심잡기에 급급해 공약 아닌 공약들을 쏟아냈다. 각 정당의 가치관은 과연 무엇일까, 아니 과연 가치관이 있기나 한 걸까.

상대적으로 표가 안되는 환경공약은 본디 어느 대선이든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손바닥 뒤집듯 아무 거리낌없이 환경공약이라며 얘기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경제가 중요한 시기에 국제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인 RE100(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이라는 단어조차 몰라 도마 위에 오르질 않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적폐로 꼽고 사업 진행을 멈춘 정권이 갑자기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나. 결은 다르지만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새만금신공항 흑산공항 등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몇 안되는 환경공약들을 따져보는 게 무의미하다.

RE100은 글로벌 캠페인으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 중요성을 기업들이 알았기에 그들이 먼저 나섰고 구글 애플 이케아 등이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나아가 그들 기업에 제품이나 원료를 공급할 때 RE100 준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세계경제 흐름에서 중요하다는 소리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어떤가. 설악산 오색약수터부터 해발 1480m의 끝청까지 3.5㎞에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으로 지난 40년간 정권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해왔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조건부 동의로 사업을 승인해주는가 싶더니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를 뒤집었다. 그러더니 다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쯤 되면 환경보호 논란을 떠나 사업자가 겪을 혼란에 대해 어떻게 보상을 할지 고민해야 할 정도다.

공항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기술을 동원한 '탄소중립 공항'을 내세우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은 항공기 운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스웨덴정부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스톡홀름의 브롬마 공항을 폐쇄하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는 3시간 미만 걸리는 국내선 항공편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정신이라는 카드를 내미는 게 가능키나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성숙하다. 그리고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 환경권에 대한 시대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에 화답할 수 있는 대선주자들이 존재하는지 묻게 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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