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시 주주보호' 더 강한 조치 내달 나온다
금융당국, 우선 공시의무 발표
주식매수청구권 등 방안 검토
물적분할·합병 등 기업의 소유구조 변경시 주주보호를 위한 회사정책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자율적인 방식의 규제에 이어 보다 강력한 법적·제도적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7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방안 마련을 목표로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상법개정 등 금융당국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영역 등이 있을 수 있어서 다른 부처와의 연계가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물적분할 등으로 인한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상장기업들의 잇따른 물적분할로 인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모회사 주주에 대한 권리강화 =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신설회사로 만들고, 신설된 자회사의 주식 전부(100%)를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를 말한다.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 없이 신성장 산업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크게 활성화됐다. 하지만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통해 모회사의 핵심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상장하면서 모회사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모회사의 주가하락 등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컸다는 비판이 거셌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반대주주에 대한 권리보호 장치 마련,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심사시 기업의 주주와의 소통 노력에 대한 내실 있는 심사 등 주주보호 방안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주주에 대한 기업의 소통 노력 등을 한국거래소의 자회사 상장심사 과정에 어떻게 측정하고 심사에 얼마나 반영할지 구체적 기준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으로 주주와의 소통노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상장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주주에 대한 권리보호 장치로는 물적분할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는 신주인수권 부여 등의 방안은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주인수권 부여는 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의 신주인수권을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업의 물적분할 공시와 자회사 상장 공시까지는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데 반해, 국내 증시에서 소액주주들의 특정기업 주식 보유기간이 평균 6개월 안팎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자율적 개선 유도 = 금융당국은 이 같은 근본대책 마련에 앞서 우선적으로 공시 의무를 강화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 물적분할 등 기업의 소유규조 변경시 주주보호를 위한 회사정책 등을 기술하도록 세부원칙을 신설했다. 기업은 합병, 영업양수도,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등을 할 경우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주주 권리보호 등 주주보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원칙이 마련된 것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기업은 소유구조 변경시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주주의 권리보호 등 주주보호 정책을 스스로 마련해 보고서에 기술해야 하고 없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주주와의 의사소통 관련 항목에 소액주주와의 소통사항을 별도로 추가해 기업이 소액주주에게도 기업의 중요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계열기업과의 내부거래, 경영진·지배주주 등과의 자기거래에 대한 포괄적 이사회 의결이 있는 경우 '내용과 사유'를 주주에게 적극 설명하도록 했다.
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을 문서화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확히 기재하는 경우에만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개하고, 미준수시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해 자율적으로 경영투명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17년 도입돼 2019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175개사) 대상으로 의무화됐다. 올해부터는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의무를 확대, 보고서 제출 기업은 265개사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406개사), 2026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회사(733개사)로 확대된다.
기업이 이 같은 공시의무와 관련해 △기한 미준수 △허위공시 △공시항목 오기재·누락에 대한 정정공시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공시불이행으로 벌점을 받게 된다. 벌점수준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매거래 정지(10점 이상), 관리종목 지정(15점 이상) 등의 후속조치가 가능하다.
올해 6월부터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개정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현황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