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공정위 어떻게 변할까 | ① 전속고발제

전속고발제 유지에 무게, 변화 가능성도

2022-03-11 10:52:02 게재

윤석열 '객관적인 전속고발권 행사' 공약 … 안철수는 "폐지 바람직" 입장 서로 엇갈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명맥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변화 여지는 남아 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에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또 공동정부를 구성키로 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 역시 대선공약으로 전속고발제 폐지를 내걸었다. 조만간 출범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논의 내용에 따라 새정부 정책이 바뀔 여지가 남은 셈이다.

전속고발제 페지 공악 엇갈리는 윤석열·안철수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불공정사건 전속고발제와 관련한 대선공약이 엇갈려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전속고발제도가 뭐길래 = 1980년 도입된 전속고발제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기업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불공정 거래 제재를 강화하겠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를 공약했다. 이후 공정위가 전속고발제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부터다. 김 전 실장은 공정위원장 취임 직후 "이전 공정위가 주요 사건, 정책결정에서 전문성과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 공직윤리를 의심받을 만큼 절차적 투명성이 훼손된 사례가 있었다"며 전속고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공정위는 2018년 11월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는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공정위는 다시 2020년 8월 전속고발제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당이 전속고발제를 제외한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결국 전속고발제 폐지는 없던 일이 됐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고소·고발이 남발될 것이란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입장 바꾼 윤 당선인 = 윤 당선인은 '엄정하고 객관적인 전속고발권 행사'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실상 전속고발권 유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전속고발권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의무고발요청제와 조화롭게 운용돼야 한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의무고발요청제는 지난 2014년 처음 시행됐으며 중소기업에 피해 등이 발생했을 때 중기부가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중기부가 의무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전속고발권과 의무고발요청제를 균형있게 활용해 기존 제도들이 서로 보완하며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폐지 불씨 남아 있어 =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의 불씨는 남아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국회에 낸 답변서를 통해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에 대해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에서도 그동안 전속고발권으로 수사와 기소가 제약된다며 폐지를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선대위도 "기존 제도들로 문제점을 보완한 후에 그럼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폐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정부를 구성키로 한 안철수 역시 대선 과정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한 점도 주목된다. 안 후보는 인수위원장과 새정부 총리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대선 당시 안 후보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공정 성장을 통한 국민 행복이 증가하는 순기능이 크다"고 했다.

지난달 8일 대한변협이 주최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토론회'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밝혔다. 당시 안 후보는 영상축사를 통해 "국민의 행복한 성장은 공정한 성장 기반에서만 가능하다"며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는지 감시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게 공정위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대통령과 행정부 눈치를 보지 않도록 임기를 늘리고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기업분할권한을 부여하는 등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기업에 대한 고발 남용 부작용 우려가 있더라도 전속고발권은 폐지함으로써 공정 성장을 통한 국민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인수위 구성과 새정부 출범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전속고발제 폐지 문제가 수면위로 재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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