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기주총 주목할 이슈│③주주 권익보호 위한 행동

자산운용사,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

2022-03-16 11:26:32 게재

차파트너스, 사조오양·사조산업·토비스에 거버넌스 개선 제안

안다자산운용, SK케미칼에 '집중투표제 도입하라' 안건 전달

물적분할 등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면서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주주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는 이른바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세이브 코스피' 등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자산운용사들이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주주권리 보호와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제안 내용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요구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이사회 구축을 위한 정관변경과 이사회 견제를 위한 감사위원 선임 등 기업 거버넌스 개선 요구로 발전했다. 이들의 행동이 천만 동학개미 시대, 소액주주들의 권리보호한 목소리와 함께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방안 공개 제안 =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15일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공개 제안했다. 차파트너스는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해 사조오양의 지분 1.7%를 보유한 집합투자업자로서 지난달 11일 사조오양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을 했고, 이달 3일 의결권 대리행사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해,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나설 예정임을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사조오양의 시가총액은 사조오양이 소유한 광화문 투자부동산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900억원대에 그치는 등 시장에서 극도로 저평가되고 있다"며 "이는 사조오양의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차파트너스는 "경영진 또는 대주주와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사위원의 선임(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상훈 교수) △집중투표제 도입 등 독립적인 이사회 구축을 위한 정관 변경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인한 구조적 이해충돌 문제 해소를 위한 자발적 상장폐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 및 자기주식 100억원 매입 등의 안건을 공개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한, 차파트너스는 올해 사조산업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조오양이 사조산업의 주주로서 주당 1500원의 사조산업 주주제안 배당안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주주들과 분쟁을 겪은 모회사 사조산업의 주식 102억원을 매입해 현재 3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만큼 사조산업 주주들이 제안한 배당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주당 1500원의 배당안이 통과될 경우 이사회안(주당 300원) 대비 1억8000만원의 추가 수익이 사조오양에 발생한다"며 "이를 통해 사조오양의 주주가치가 제고될 뿐만 아니라, 사조오양의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 소액주주 이해충돌 = 차파트너스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작년 사조오양은 소수주주들과 대립상황에 놓여 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대량 취득해 약 3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김형균 본부장은 "차파트너스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는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사조오양이 소수주주들과 대립상황에 놓여 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대량(102억원 규모) 취득해 약 3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이해충돌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작년 사조오양이 사조산업의 주식을 매입해 우호 의결권을 늘려 주주제안 의안을 부결시켰다"며 "사조오양 이사회가 전체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해충돌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으로 구성돼 있다. 세 회사는 모두 상장사다. 이미 각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주식 취득은 순환출자를 형성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진의 참호구축과 이사의 충실의무 제기 = 차파트너스는 또한 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오는 21일 예정된 토비스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해 토비스 지분 3.6%를 보유한 집합투자업자로서 지난 2월 11일 토비스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을 한Ⅳ바 있고 지난 7일 토비스를 상대로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공개 제안했다. 차파트너스는 토비스에 "기업거버넌스 문제의 핵심 원인인 경영자와 주주 간 대리인 문제로 인한 경영진의 참호구축(Managerial entrenchment)과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 위반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여 온 것으로 의심되는 5가지 정황이 있다"며 △주주환원 규모 및 경쟁사 등 대비 과도한 경영진 보수 △제3자에 대한 자기주식 할인 매각 △경영진이 타법인(호야테크)을 설립해 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성장시킨 후 회사와 합병 △경영진이 합병대가로 받은 회사 주식을 매각하여 차익 실현 △호야테크 합병 공시 후 주가급등 기간에 경영진이 신주인수권증권을 매각해 차익실현 △황금낙하산 조항 등 정관의 경영권 방어 조항 등을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 △이사 보수한도의 삭감 △황금낙하산 조항의 폐기 △경영진의 참호구축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사의 선임(심혜섭 후보자) 등을 제안했다. 또 차파트너스는 경영진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와 토비스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발행주식 총수의 7.50%)을 전량 소각할 것을 권고했다. 차파트너스는 "자기주식 소각이 대주주 및 경영진과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영자와 주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거버넌스 정립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에 법률·ESG 전문가 필요 = SK케미칼의 주주 안다자산운용은 △집중투표제도입 정관 변경 △배당액 증대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정기주주총회 상정 안건을 전달했다.

주주제안 안건의 핵심은 SK케미칼의 정관 제 31조 제3항의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 제 382조의2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상법상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본 단계인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과거 SK케미칼이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면서, 소수주주들이 지지하는 이사의 경영참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집중투표제란 2명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주식 1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소수주주도 의결권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이사회에 한명 이상의 임원을 선임하기가 쉬워지기에, 소수주주의 권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배당성향을 국내 상장사 평균 수준으로 제고하라는 취지의 배당증대 안건도 포함했다. 보통주 1주당 6000원, 우선주 1주당 6050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당기순이익의 약 39% 가량을 배당하라는 내용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896억원, 영업이익 555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별도기준으로 30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가 발표한 배당수준은 당기 순이익 대비 19%에 머물렀다. 이는 해외 경쟁사의 배당성향(60~70%)은 물론, 국내 상장사 평균배당성향(40%)에도 못미치는 수치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SK케미칼의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후보로 안다자산운용 ESG본부 박철홍 대표를 추천했다. SK케미칼 이사회 구성에 법률 및 ESG 전문가가 부재한만큼, 해당분야의 전문가인 박철홍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하라는 취지에서다. 박철홍 대표는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서 14년 이상 M&A 및 기업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서 4년 이상 감사로 활동하는 등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다자산운용 ESG본부 박철홍 대표는 "SK케미칼은 회사 경영진의 이익과 전체 주주의 이익이 일치되어 있지 아니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상충 상황을 조정하고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하여 사외이사 후보로 나서게 되었다. SK케미칼은 Green Chemicals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1,2위를 다투는 독보적인 회사임에도 현저히 저평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지배구조상 이슈에서 기인하는바, 사외이사 참여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회사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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