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

업계 의견 상당히 수용 … 민주당·시민사회 설득 관건

2022-03-17 10:43:56 게재

코로나 피해 온전한 손실보상,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근로시간 유연화·복수의결권 도입·규제 방식 전환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선공약에 업계 요구가 상당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은 '온전한 손실보상' 약속 이행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공약은 민주당과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 당선인의 중소기업 정책은 '민간주도 경제성장'에 기초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에 '경제성장 주체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간 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한 규제방식과 노동현안 등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 규제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규제방식도 현행 '포지티브 방식'(법·정책에서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불허하는 규제)에서 '네거티브 방식'(법·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당선인 10대 공약에도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창출을 위해 규제개혁을 명시했다.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통한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규제혁신은 기업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 중소기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은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에 있다.

윤 당선인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근로시간은 노사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약집에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획일적이고 경직돼 있다고 평가하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1년 이내로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풀타임-파트타임 전환 △전문직 고액연봉자 연장근로수당 등을 제시했다.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 또는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신규 설립된 스타트업을 포함시켰다. 다양한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노사가 합의하면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중소기업 성장사다리에 중견기업을 연계했다. 중견기업이 대기업 수준의 규제에 묶여 성장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기업의 스케일업 지원으로 중소벤처중견기업의 끊어진 성장사다리를 복원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중소기업형 중견기업은 지원하고, 대기업형 중견기업은 육성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확대할 전망이다.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제도도 개선한다. 벤처기업의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한도를 2억원으로 상향하는 공약을 했다. 벤처기업은 우수인력 채용을 위해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스톡옵션 행사시 낮은 비과세 한도와 누진소득세율 구조로 실질적인 인센티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벤처기업계 의견을 수용했다.

벤처업계 숙원인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이 공약에 포함됐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최고경영자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벤처업계는 외부 자본을 유입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지게 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중소기업 가업승계 제도의 경우 업종변경 제한 폐지되고 사후관리 기한이 현행 7년보다 단축될 전망이다. 창업주 사망전 증여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 가칭 '중소기업 생산성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5년간 중소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편향 우려 = 윤 당선인은 첫번째 공약으로 '코로나 극복'을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에서 "방역패스 완전 철폐와 함께 힘없는 자영업자를 범법자로 내몰고 있는 불합리한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통한 '온전한 손실보상'을 공약했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손실보상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감한 금융지원도 약속했다. 대안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소액 채무의 경우 원금 감면 폭을 현재 70%를 90%까지 확대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영업자의 부실(우려)채무를 일괄적으로 매입해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실이 전면적으로 발생하면 IMF 외환위기 당시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유사한 기금설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임대료 나눔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임대료를 임대인, 임차인, 국가가 1/3씩 나눠 분담하는 정책이다. 임대인의 임대료 삭감에 따른 손실분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액공제 등 형태로 국가가 전액 보전해 준다.

윤 당선인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공약은 업계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지만 공약이행에는 적지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정책을 중견기업과 연계하면 중소기업계 반발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중견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연장할 경우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시민사회, 민주당과 갈등이 예상된다. 노동자에 대한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노조가 부재하거나 노동권 보호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는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결권 도입도 논란의 대상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이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너무 기업 중심이어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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