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입력한 퇴근시간, 인정 안돼

2022-03-17 11:29:48 게재

JTI 영업사원들 연장근로수당 청구 소송서 패소

외근이 잦은 영업사원들이 외부에서 입력한 퇴근시간으로는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입력된 퇴근시간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강 모씨 등 221명이 JTI코리아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JTI는 일본 담배를 수입하는 회사로, 뫼비우스(마일드세븐) 등을 국내에 유통·판매하고 있다. JTI와 영업직 근로계약을 맺은 강씨 등은 판매사원과 점포관리사원으로 근무해 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연장근로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이 구하는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판매사원은 매일 아침 회사 지점으로 출근한 뒤 담배 판매와 수금 등을 담당한다. 수금된 현금을 입금하고 PDA로 재고 등을 입력한 뒤 퇴근한다. 하루 200㎞ 이상 이동하는 판매사원들은 집에서 담배와 현금을 관리하면서 거래처를 방문한다. 또 점포관리사원은 거래처에서 담배 진열 및 판촉물 설치·관리 등을 맡는다. 주 2회 지점으로 출근하고, 업무를 마치면 업무내역을 PDA에 입력한 후 퇴근하는 형태로 근무해왔다.

이들은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했는데도 회사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직원들이 입력한 근무시간으로는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직원들이 임의로 퇴근시간을 입력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초과근무를 한 경우 연장 근로를 했다면 시간외근무규정에 따라 연장 근로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수당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거래처 방문이나 근무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영업사원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시각 등 진실성을 확인하고 평가에 반영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직원들이 입력한 근무시간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들었다. △첫 거래처 방문일시와 마지막 거래처 방문일시의 일자가 서로 다른 경우 △첫 거래처 방문시각이나 마지막 거래처 방문시각 중 하나만 입력된 경우 △마지막 거래처 방문시각이 첫 거래처 방문시각보다 이른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은 "누락된 자료를 밤새 입력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영업사원들이 거래처 방문일시를 사후적으로 실제와 다르게 입력할 수 있음을 자인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PDA에 입력한 거래처 방문일시가 실제 거래처 방문일시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를 기초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PDA에 입력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사이에 9시간을 초과하는 간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하루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넘어 연장근로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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