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수주' 공사대상·방법 같으면 동일 공사
2022-03-23 11:24:59 게재
대법 "경미한 공사 해당 안돼"
미등록 건설업체 분할수주 제동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2015년 4월 B아파트에 대해 2895만원 상당의 1차 방수공사를 수주하면서 공사 계약을 965만원 상당의 3개로 나눠 작성했다. 또 같은 해 5월 B아파트에 대한 5040만원의 2차 방수공사를 수주받고 이 때도 수백만원짜리 10개의 계약으로 나눠 이른바 '쪼개기'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쟁점은 A씨 공사 계약이 건설업 등록의무가 면제되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에게 벌금형, 2심은 무죄로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이 사건 공사는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른 방수공사로 전체 아파트 관리 계좌에서 지급됐고, 동별 공사 범위 및 내용에 있어 차이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는 건설업 등록 없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경미한 건설공사'에 해당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계약서를 분리해 작성한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단지 당사자들이 같은 기회에 여러 건설공사에 관한 교섭을 진행하거나 계약을 체결했고 각 계약 사이에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는 것 만으로는 '동일한 공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파트 10개 동에서 각각 이뤄진 외벽·옥상 방수공사의 최종 목적물은 아파트 전체 공사가 아니라 동마다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사대상 목적물, 공사 내용 및 방법 등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공사에 해당한다"며 "1, 2차 공사 모두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을 초과하는 전문 건설공사로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일한 공사로 공사금액 합산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 고려해야 하는데, 1·2차 공사 모두 아파트 옥상 및 외벽 방수공사로 공사대상이나 시공방법 등에서 차이가 없었고 공사대금도 전체 공사 진행도에 따라 수시로 지급됐다는 점을 볼 때 별도 공사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어 당사자들이 여러 공사를 한 계약으로 체결했다고 해도 각 공사의 목적물이나 내용, 시공 방법이 다르다면 동일한 공사로 평가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경미한 공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