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 빅4 회계법인 이해상충 전면조사

2022-03-24 12:21:46 게재

상장기업 66% 감사 담당

비감사 수수료 비중 높아

독립성 약해지면 감사품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이 상장기업을 감사하면서 컨설팅 등 다른 서비스와의 이해상충으로 독립성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전면조사에 착수했다.

한 회계법인이 동일한 기업집단의 감사업무와 비감사업무를 병행하면 수익을 얻기 위해 감사업무의 독립성이 영향을 받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고 감사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 건물. 사진 로이터 연합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SEC 마이애미 지사는 지난해 빅4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일부 소규모 법인을 상대로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의 독립성 규정을 위반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한 정보 요청'에 관한 공문을 발송했다.

SEC는 상장기업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컨설팅, 세무자문, 감사 고객을 위한 로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또한 SEC는 회계법인이 업무상 소송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특정 결과 또는 결과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한 사례에 대한 정보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SEC는 회계법인들이 상장기업에 대한 비감사 수수료 비중이 높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상장기업들은 연차보고서에 감사수수료와 비감사수수료를 공시하고 있다.

데이터제공업체 어딧 애널리틱스(Audit Analytics)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포함된 약 47개 기업이 그들의 회계 실무를 점검하기 위해 고용한 회계법인에 지급한 비감사 수수료는 회계법인에 지급된 총 수수료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빅4 회계법인은 미국에 상장된 기업 약 66%의 감사를 맡고 있으며, 독립성 위반과 관련해 2014년 이후 SEC에 과태료를 납부한 전력들이 있다.

SEC의 집행이사를 맡고 있는 구르비르 그로왈(Gurbir Grewal)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전국 감사인 컨퍼런스에서 "감사인의 불충분한 감사, 감사인의 독립성 사례, 수익 관리에 관한 사례 등을 계속해서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규정에 따르면 회계법인은 감사를 맡고 있는 기업을 위해 감사인으로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다른 업무 수행이 금지돼 있다.

빅4 회계법인 중 하나인 PwC는 감사를 맡고 있는 기업의 회계 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의 설계를 도왔다는 점이 드러나 SEC의 조사를 받았고 2019년 약 800만달러를 납부해야 했다. SEC의 이행명령에 따르면 PwC는 잠재적으로 자신이 관리한 프로젝트를 감사하는 위치에 놓였기 때문에 감사 독립성 규정을 위반했다. PwC 소속 회계사가 고객의 연례 감사를 수행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작업에 대한 협상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해당 회계사는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내고 4년간 상장기업 재무제표 감사 정지에 합의했다.

EY(Ernst & Young)는 감사를 맡은 기업을 대신해 의회 직원들에게 로비를 한 혐의로 SEC에 의해 2014년 고발됐다. EY의 자회사가 감사 의뢰인의 임원이 서명한 서한을 의회 직원에게 보냈고 감사 의뢰인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위해 직접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EY는 400만달러를 지불하고 사건을 종결시켰다.

KPMG는 2014년 감사 대상 기업의 계열사에 장부 관리와 같은 금지된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SEC 조사를 종결하기 위해 820만달러를 지불했다. 2015년 딜로이트(Deloitte)는 감사 독립성 위반을 주장하는 SEC의 집행조치를 종결하기 위해 110만달러를 지불했다. KPMG와 딜로이트는 모두 혐의를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합의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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