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독자 안보행보 … "군 최고 통수권자는 문 대통령"
서해수호의 날 맞아 조화·메시지 "북한에 엄중 경고"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위원들과 북한 도발 상황점검
시진핑 주석과 오늘 전화통화 "북 ICBM 관련 협의"
"통수권자 지휘 명료히 이뤄지도록 우리는 반보 뒤에"
북한의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독자적인 안보행보에 나섰다. 현재 군 최고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다 이를 존중하되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안보위기 속에서도 '신구 권력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실무차원 연락 없어" = 윤 당선인은 25일 SNS를 통해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시점인 어제, 북한이 올해 들어 12번째 도발을 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으로 55인의 용사들이 전사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며 "목숨으로 국가를 지키고, 헌신했던 분들을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더욱 굳건한 안보태세를 갖춰 자유와 평화를 지켜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고 한준호 준위 등 5명의 순직 장병 묘역에 조화를 보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주최하는 국가보훈처로부터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윤 당선인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입장을 낸 것은 하루가 지나서다.
앞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24일에는 인수위가 입장문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규탄했지만 윤 당선인이 직접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보는 '원보이스(한목소리)'"라며 "군의 현재 최고 통수권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보문제를 놓고 신구권력 대립양상을 보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김 대변인은 "군 최고 통수권자의 지휘가 명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반보 뒤에 서 있는 것이 관례이자 저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당선인과 현 대통령 사이에서 항상 지켜지고 있었던 관례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더 시급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어제 대화를 제의하신 이후에 청와대로부터 실무차원 연락 받은 것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시 주석 측서 먼저 통화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 윤 당선인은 그러나 당선인 신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외교안보 역량을 여러 경로로 과시하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25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통화가 성사된 만큼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원칙 그리고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다. 한중관계가 보다 협력적 관계로 발전될 수 있도록 그 방안 모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어제 ICBM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해서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서도 당선인과 시 주석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반도 긴장 끌어올린 도발을 거론을 안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선인 측은 이번 시 주석과의 통화가 전례 없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변인은 "시 주석이 당선인 신분에 국가 차기 지도자와 전화통화를 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화가 중국 측에서 먼저 제안해 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윤 당선인은 전날인 24일 늦은 시각까지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김성한 간사 등 위원들과 상황 점검을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용산 집무실' 안보위험 줄이기 = 윤 당선인은 '안보'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에 분리 대응하는 모습이다. 용산 이전이 문제 없다는 여론을 환기시키는 한편 통의동 집무실 체류 장기화를 고려해 보안 문제 해결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안보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가 없겠느냐는 질문에 "전 합참의장 11분이 안보공백 우려가 없다고 발표했다"고 강조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 지키는 데 국가 의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취임 뒤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 대신 이동용 지휘소인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이용키로 했다. 용산 이전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통의동 집무실을 계속 쓸 경우에 대비해서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소속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24일 "통의동에 있는 동안 청와대를 다 개방하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이용할 수가 없다"며 대신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니버스 크기인 국가지도통신차량은 화상회의시스템, 재난안전통신망, 국가비상지휘망 등을 갖춘 시설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화상 소집할 수도 있다.
이 차량은 주로 대통령이 지방 일정을 소화할 때나 청와대 밖을 나갈 때 '이동 간 지휘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때 처음으로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