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초변화 대전환 시대 맞는 정부조직을

2022-04-05 12:13:18 게재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선 발표대로 엄중한 대내외적 상황과 중차대한 경제안보 시대를 헤쳐나갈 충분한 경륜과 역량, 경험을 가진 총리로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새정부 국정과제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만들어지고 새내각이 이를 수행해나가는 데 있어 인선과 정부조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든 기업이든 전략과 정책, 조직, 적임자의 3대 성공요소가 성과를 좌우한다. 특히 전대미문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걸맞는 효과적인 정부조직이 만들어져야 새정부 국정과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능 조직과 프로젝트·대상·미션 조직의 결합

세계는 지금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과 그린 대전환,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인류문명 대전환,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경제환경·세대·자본주의·경영철학 등 전 분야의 대변화 등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저출산·고령화, 기업가정신 추락, 잠재성장률 저하, 국가부채의 가파른 상승, 사회 양극화, 부동산가격 급등, 청년실업 등 매우 어렵고 복합적 이슈가 산적해있다. 과거 경험하지 못한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특단의 전략과 정책이 나와야 하고 이를 수행할 과거와 다른 혁신적 정부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의 조직은 외교 국방 과학기술 산업 등 대체로 기능 중심 조직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정부조직도 전통적으로 기능 중심이었으나 최근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맞는 행정속도 제고와 복합적 이슈 해결을 위해 미션·대상·프로젝트 중심 조직을 신설하거나 대부처로 통합하는 등 다양한 정부조직 혁신을 추진하는 중이다. 정부조직 혁신이 시급한 것은 기능 중심 조직으로는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여러 부처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 융합적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기에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조직 혁신을 추진해왔다. 종래의 영업 연구개발 생산 등 기능 중심 조직은 전문성을 키우기 용이한 반면 특정 프로젝트나 미션 추진에 있어 속도와 성과 창출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기능 조직과 프로젝트·대상·미션 조직을 혼합해 전문성과 속도·성과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매트릭스 조직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정부조직도 기능 중심 부처와 프로젝트·대상·미션 중심 부처를 씨줄·날줄로 구조화한 매트릭스 조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를 충족하고 융합 통합 협력을 통한 성과창출을 이룰 수 있다.

현 정부조직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상·미션 중심 조직으로 일부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능 중심 부처와 협력해 스타트업·벤처기업을 포함하는 혁신 중소기업 육성에 많은 성과를 냄으로써 새정부의 시대적 최우선 미션인 저출산·고령화 대책, 잠재성장률 제고, 사회 양극화 해소, 지방경제 활성화, 재정건전성 제고 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초기에 기능 중심 부처와 협력이 아니라 경쟁함으로써 생긴 불협화음은 조직 운영원리 존중으로 쉽게 해소될 수 있다.

단순한 부처통합이나 기능이전은 시대착오적 조치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조직 설계에 작동하고 있는 부처 이기주의와 파워게임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단순한 부처 통합이나 기능 이전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조치가 될 수 있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고 대내외 최우선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매트릭스 조직과 같은 발전적인 정부조직 혁신이 시급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