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심판대 오른 금융감독체계│② 금융소비자보호 조직 강화

금융회사 건전성·영업행위 감독조직 분리 … 가상자산 감독기구도

2022-04-05 11:22:47 게재

금감원에서 분쟁조정업무 독립 쟁점 … 코인 불공정거래 엄단, 회계감독기구 설립해 분식회계 사전예방 강화 방안도

금융감독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될 새 정부의 감독체계 개편 논의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인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2013년 국가미래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금융산업 및 금융감독체계개편에 대한 제언'을 집필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원에 강력한 분쟁조정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분쟁의 대부분이 법정 소송을 통해 해결돼야 하는 현재의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효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영업행위 감독 등)을 동시에 맡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무게 중심을 둔 감독이 이뤄졌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과도한 영업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피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강화했지만, 결국 누가 원장에 임명되느냐에 따라 업무의 무게 중심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갖고 있는 두 가지 기능의 이해상충 가능성이 우려되고 소비자보호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필요" =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은 좁은 의미에서는 분쟁조정업무의 분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논의된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의 분리'라는 소위 '쌍봉형'(twin peaks)의 관점에서 보면 금융소비자보호 영역에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규제가 포함된다. 현재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사후적 구제절차인 분쟁조정이 주된 업무이지만, 자본시장의 불공정행위 규제와 금융회사의 상품판매행위 규제 등을 모두 포괄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분리될 수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금융위·금감원을 개편하는 방식의 금융감독체계 개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분리해서 '쌍봉형'으로 가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금융감독당국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도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분리는 필요하다"며 "소비자보호나 영업행위 감독만 맡게 되면 조직의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환보직 인사를 하는 금감원의 경우 건전성과 영업행위, 소비자보호 업무 등을 정기인사 때마다 번갈아 맡는다는 점에서 전문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수위에서 현재 정책특보를 맡고 있는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2013년 국회의원 시절 금감원과 독립된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법안은 현행 금융위원회·금감원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과 금융관련 분쟁조정 및 금융소비자교육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고,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조직역량을 집중하는 내용이다.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별도로 신설할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질적 강화와 양 기관간 감독목표의 명확화에 따라 책임소재 확보 가능 등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금감원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보호업무에 있어서 외부적인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사건이 발생하면 금융소비자 배상 문제가 별도로 논의돼야 하지만, 현재는 금융회사 제재수위와 연동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전체적인 감독정책을 지휘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금융소비자 배상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립기구의 출범이 필요하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으로 금융회사 수검부담이 증대할 가능성이 있고 양 기관 간 업무중복 및 마찰가능성 등이 단점으로 제기된다. 고 교수는 "영국의 사례를 보면 두 기관이 업무협약(MOU) 형태로 업무를 조정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전담기구 설립되나 = 기존 금융감독기구 외에 가상자산(코인) 관련 감독기구가 출범할지도 관심이다.

윤 당선인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코인 부당거래 수익에 대해 사법절차를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코인거래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거래를 적발해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시세조종,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부정거래)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자본시장조사 3개 부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특별사법경찰 등이 조사·수사를 통해 단속하고 있다.

코인 거래에도 유사한 법적 절차를 마련할 경우 시장을 감시하고 부당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수백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가상자산 업권법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문 조사·수사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인거래소에 대한 검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목적으로만 진행하고 있으며 코인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회계감독기능 강화' 요구도 커져 = 회계업계에서는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기 위한 회계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자본시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회계정책 수립 및 집행 수행 조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에 속해 있는 회계감독기능을 떼어내서 별도 기구를 설립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엔론 분식회계 사태 이후 2002년 법제정을 통해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독립 민간기구인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설립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에서 회계감독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회계감독기구를 별도로 설치한 것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회계감독을 직접 주도할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회계감독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고 신속하게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회계감독권한을 행사하는 금감원의 경우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안전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회계감독업무와 관련해서도 이해상충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회계처리기준 해석에 대한 판단이 엇갈릴 경우 회계감독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있다. 독립적인 회계감독기구에 의한 감리와 공인회계사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국제기준에 맞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교수는 "사후 징계보다는 회계분식이나 부실감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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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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