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백지화되면 중소기업·소비자 큰 피해

2022-04-06 10:58:07 게재

플랫폼업계는 법 사각지대 … 납품 갑질피해 경험 47%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기로에 섰다. 시장자율규제를 강조하는 차기정부에서 국회 계류 중인 온플법 백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온플법을 국회에 상정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정권이 바뀌자 입장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시장자율규제 방안을 보고했기 때문이다. 온플법 제정을 추진했던 공정위 스스로 이 법의 추진 필요성에 입을 다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6일 "4월 임시국회에서 온플법이 논의되더라도, 법안 상정 주체인 공정위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온플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 |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린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납품업체·소비자 피해구제 어려워 = 온플법이 무산되면 결국 그 피해는 대형플랫폼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온플법 4월 임시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디지털 경제 확대 등으로 급성장 중이다. 영역을 불문하고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소상인,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대거 온라인 플랫폼 영역으로 편입됐다.

실제 통계청의 최근 집계인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한 15조4314억원에 이른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8.9%로 확대됐다. 특히 배달서비스(음식서비스)는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이 97.7%에 달했다. 모두 플랫폼업체의 급성장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혁신 위해서도 규제 필요 = 반면 플랫폼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는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 문제된 것만 하더라도 △네이버쇼핑 '알고리즘 조작' △배달의민족 '깃발꽂기', △쿠팡 '아이템위너 갑질' △카카오T '콜 몰아주기' 등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플랫폼업체들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대기업들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플랫폼 시장은 시장을 선점한 업체와 자금력이 풍부한 업체가 압도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라고 전제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기회의 창이 열리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며, 중소상인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혁신을 위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성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 규제 원칙, 필요시 최소 규제' 공약을 제시한 것을 이유로 온플법이 폐기된다면, 이는 국회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을 벼랑으로 밀어버리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지적했다.

◆만연한 플랫폼업체 갑질 = 한편 지난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플랫폼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경험한 중소기업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과도한 수수료·광고비 책정', '일방적인 정산 및 책임절차' 등 불공정 피해를 입었다는 기업 비중이 47.1%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중기부가 온라인플랫폼 사용기업 978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다.

또 중기중앙회가 500개 배달앱 입점업체를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와 배달앱 간 계약서 등 서면에 의한 기준이 있다는 응답은 34.2%에 불과했다. 배달앱 입점업체 3곳 중 2곳이 제대로 된 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를 들면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점에 납품·입점하는 업체는 관련 법에 따라 계약서를 작성하고 갑질도 제재할 수 있다"면서 "배달앱 등 플랫폼업체는 관련 법이 없어서 갑질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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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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