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직업훈련

'과정평가형 자격증'이 뜬다

2022-04-13 10:44:27 게재

기업, 취득자 지속 채용의향 73.2% … 적응기간도 1.3개월 더 짧아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은 직업능력개발과 국가자격시험을 시작으로 해외취업·외국인고용 지원, 사업주훈련, 일학습병행 등을 수행하는 '일자리 지원기관'이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제15대)은 지난해 3월에 취임했다. 어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고 올해를 디지털기반 업무혁신의 원년으로 삼아 공단의 능력개발정책 전달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를 담당하는 직원의 전문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주요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공단의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과정평가형 자격)은 지난해 167개 종목, 451개 운영기관, 1383개 과정에 달한다. 1만7302명이 참여해 8675명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냈다. 공단은 국가기술자격 495개 종목, 국가전문자격 37개 종목에 대한 출제와 시행을 맡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공단에서 위탁받아 치른다. 지난해 코로나19고 상황 속에서도 국가자격시험(기술·전문자격) 응시인원은 365만여명에 달한다.

공단은 최근 실감형 컨텐츠(VR·XR)를 개발해 고위험·고비용 분야 일학습병행 훈련을 지원하는 등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5132명의 네팔 수험자를 대상으로 외국인노동자 도입 첫 단계인 한국어능력시험을 UBT(Ubiquitous Based Test, 유비쿼터스 평가) 방식으로 처음 실시했다. 2027년까지 고용허가제 16개 송출국가로 UBT 시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13일 어 이사장은 "우리 곁에 스며든 디지털·비대면 시대에 발맞춘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국가자격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2020년 6월 광주광역시 광주자동화설비공고에서 열린 '과정평가형 자격' 자격증 수여식. 사진 산업인력공단 제공


#. 관광업에 종사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이 모씨는 용접산업기사에 도전했다. 용접 경험이 없었지만 이씨는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과정으로 장기실습과 평가를 거쳐 용접산업기사를 딸 수 있었다. 이씨는 굴지의 제철소에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씨는 "동료와 선배들이 '신입 솜씨가 아니다' '경력직 같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울산 남구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에서 열린 확장현실(XR) 기반 체험형 산업안전 교육장 개관식에서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일학습병행 실감형 콘텐츠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산업인력공단 제공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은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과정평가형 자격)으로 현장 맞춤형 실무인재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필기시험, 결과 중심의 기존 검정형과는 달리 산업현장에 적합한 교육·훈련을 거쳐 실기시험 중심의 평가를 통해 자격증을 발급받는 제도로 2015년 도입됐다.

훈련생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으로 설계된 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한 후 교육·훈련기관 내부평가와 교육 후 공단 외부평가를 거쳐 합격 기준을 충족하면 과정평가형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실무중심으로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얼마나 많이 아는지'보다 '얼마나 잘 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암기 위주의 기존 자격과 달리 과정평가형 자격증에는 교육·훈련기관명, 교육·훈련기간, 교육·훈련내용(능력단위명 등)이 추가로 기록된다.

과정평가형 자격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자격과 달리 별도의 응시자격이 없다. 과정평가형 자격 교육·훈련과정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과정 수료생은 학력 등 별도의 응시자격 없이 해당 종목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울산) 전경. 사진 산업인력공단 제공


이러한 장점은 훈련생들의 좋은 반응을 나타난다. 한 예로 광주자동화설비공고 학생들이다.

"과정평가형 자격이 기존 자격과 다르게 다양한 수업 '과정'을 거치면서 한 뼘 더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100% 합격해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희망한다."(생산자동화산업기사를 취득한 곽 모 학생)

"1년 동안 정말 힘들었지만 자격을 취득한 성공 경험으로 성인이 돼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전자산업기사 취득한 민 모 학생)

광주자동화설비공고는 생산자동화산업기사 및 전자산업기사 자격별 교육과정을 실무능력 단위(615시간)로 편성하고 지도교사와 학생들은 자격 취득을 위해 방과 후 시간을 아끼며 훈련를 거듭했다. 그 결과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전원이 생산자동화산업기사(36명), 전자산업기사(40명) 과정평가형 자격을 취득했다.

공단은 "산업기사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거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응시자격이 주어진다"며 "과정평가형 자격 과정이 이러한 응시 자격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과정평가형 자격으로 직무·직업전환에 성공 사례도 있다. 자동차정비 공장에서 회계업무를 하던 여성 노동자가 자동차정비산업기사를 취득해 기술자로 직업전환하거나, 40대 사무직 노동자가 실내건축산업기사를 취득해 종합건설회사 디자인팀에 재취업하는 등 현장실무형 인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과정평가형 자격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가 기존 자격 취득자보다 취업률(자격취득 후 6개월 이내)이 18.7% 높고 취업 소요기간은 14일 짧았다. 현장 적응기간도 1.2개월 단축했다.

기업들도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공단이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릉 채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3.4%가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가 일반 입사자보다 평균 1.3개월 정도 현장 적응시간이 줄어든다고 답했다.

73.2%는 앞으로도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를 채용할 계획이며 75.6%는 유사업종 기업에도 채용을 권유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2015년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15개 종목으로 시작해 2022년 4월 현재 181개 종목이 지정됐다. 올해는 그린전동자동차기사 산업안전기사 화약취급기능사 등의 교육·훈련과정을 새롭게 지정했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환경·안전 분야 과정평가형 자격을 중점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도입당시 1103명이 참여해 51명이 취득했다.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1만7302명이 참여해 8675명이 자격을 취득했다. 운영기관도 같은 기간 40곳에서 451곳으로 늘고 있다.

공단은 올해 5월과 9월에 과정평가형 자격 교육·훈련과정 운영기관을 모집할 예정이다. 세부내용은 과정평가형 자격 홈페이지(CQ-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과정평가형 자격은 현장실무를 배우고 자격까지 취득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라며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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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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