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노리는 범죄 성행

2022-04-14 11:35:44 게재

청소년 실종신고 2만400여건 … 2.9% 가출 경험, "쉼터 늘려야"

#지난 1일 가출 중학생에게 용돈을 주면서 친분을 쌓은 뒤 채팅앱을 통해 4차례나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30대 남성이 서울중앙지방법원 2심 재판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서울 강서구 한 빌라에 분양합숙소를 차려놓고 오갈 데 없는 청년·청소년을 감금한 부부의 남편과 일당 6명이 구속됐다. 이들 부부는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SNS를 통해 가출 청소년을 유혹한 뒤 전단을 돌리게 하고 전화 거는 일을 시켰다. 당시 합숙소에는 고등학생이 함께 있었다.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가출청소년(가정밖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선의를 가장한 헬퍼(가출 청소년을 꾀어 범죄에 이용하는 사람. 은어) 범죄도 계속되고 있다.

14일 내일신문 취재에 의하면 현재도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에는 '헬퍼' '가출 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게시글이 여러 건 게시되어 있다.

황진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가정밖청소년들이 집을 나오면 가장 시급한 게 먹고 자는 문제인데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부모동의서를 필요로 하는 등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아 헬퍼들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 통계(2021 통계청·여성가족부)'에 의하면 2020년 조사대상 학생 총 399만1089명 가운데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1만5741명으로 2.9%를 차지했다.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3~15세 때 가출한 청소년이 55.5%고 가출 이유로는 61.0%가 부모님과의 문제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으로는 학업 문제(20.8%),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8.0%)를 꼽았다. 가출 청소년 4명 중의 1명은 가출 이후 노숙 경험을 했다고 대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위기청소년 현황 및 실태조사 기초연구(2020년)'에 따르면 가정밖 19세 미만 여성 청소년 중 조건만남 유인이나 제안을 받은 경험이 10.5%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조건만남을 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6.0%나 됐다. 조건만남에 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갈 곳(잘 곳)이 없어서가 43.3%나 됐다.

경찰청 통계로도 가출 청소년 수를 유추할 수 있는데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청소년(만 10세 ~19세) 실종신고 건수는 2만418건으로, 2017~2019년 평균 실종신고 건수는 2만3055명이었다.

황 선임연구원은 "청소년 수가 많이 줄었는데 가출 의향이 있다는 청소년들은 10% 정도로 변화가 없고 경찰청의 실종(가출) 청소년 수도 매년 2만여명으로 비슷하다"며 "이를 보면 실제 가출 청소년 비율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가정밖청소년 발생은 근본적으로 경제적 문제 때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청소년쉼터를 더 많이 설치하고 일시 쉼터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단기·중장기로 나뉘어 있는 쉼터를 합쳐서 청소년들이 필요에 따라 이용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3월 기준으로 가정밖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쉼터는 전국에 135개소가 있고 지난해 전체 입소 인원은 2만401명이었다. 이 중 일시 쉼터는 32곳, 단기 쉼터 64곳, 중장기 쉼터는 39곳이다.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과제'를 펴낸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청소년쉼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폭력 및 학대로 탈출한 생존형 가출이 주요 사유"라며 "청소년 귀가를 종용하기보다는 자립지원 정책으로 지원 대상을 전환해 자립을 도와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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