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에너지정책 '기승전탈원전'

2022-04-14 10:39:54 게재

온실가스 배출·한전 부채 증가 이유로 '탈원전' 지목

이명박정부시절 '원전 르네상스' 주장 재연될까 촉각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기승전탈원전'으로 내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는 지난 12일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과 한국전력 부채 증가 등의 이유로 '탈원전'을 지목했다.

김상협 인수위 기후·에너지팀장은 "지금 정부에서 탈원전 전제로 에너지 정책을 펴왔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탈원전이라는 금기를 해체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실 미래비전비서관과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하며 녹색성장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볼 때 윤석열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이명박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정부는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서 원전 10여기를 새로 지어 원자력 발전비중을 2030년 59%(설비비중은 41%)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나왔던 말이 '원전 르네상스'다.

에기본은 '에너지 헌법'이라 불리는 20년 단위 장기 에너지전략으로, 5년에 한번씩 수립한다.

당시 정부는 "원자력은 석유의존도와 에너지 수입 부담을 완화하고,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며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의 역할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 인수위의 주장과 비슷한 논리다.

실제로 인수위는 12일 브리핑에서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4.16% 늘어났다"며 "이는 원전이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 소폭 등가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문재인정부 5년 동안 13조원 증가했다"며 "원전 설비용량 자체가 줄고, 기존 설비의 평균 이용률도 줄어 재생에너지, LNG발전 등 원가높은 타 발전원으로부터 전력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에너지구조의 문제가 모두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2050 신재생에너지 비중 70% 등 문재인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수요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는 올해 8월까지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 방향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정책은 정권마다 손바닥 뒤집듯 극단적으로 바뀌어왔다"며 "문재인정부가 에너지문제를 탈원전으로 정치화해 문제를 키웠듯이 윤석열정부도 정치적으로 친원전만 주장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라는 대전제하에 균형있고 실효성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원전 발전비중 계획은 이명박정부때 59%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더니 박근혜정부때 29%(2035년), 문재인정부때 10.1%(2034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로 급감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이명박정부 시절 2030년 11%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2040년 30~35%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최대 70%까지 늘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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