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국채지수 편입 다시 추진한다
6월 관찰대상국 등재요청, 이르면 내년 9월쯤 완료 …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정부가 WGBI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밝힌 외환 제도 개선 등과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경제 규모에 맞춰 금융시장 또한 선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죽 지수 편입 역시 WGBI 가입과 함께 이러한 정책 성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지적이다.
◆가입여건 무르익었지만 =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취재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상 세계 10대 강국으로서 WGBI에 가입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국채 시장 발전이나 외화자금 유출입 상황을 고려할 때 WGBI 편입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편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WGBI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된 지수로, 추종 자금은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현재 한국은 신흥국 지수에 편입됐는데 그동안 높아진 대외 위상에 걸맞은 평가를 위해 선진지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른 국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는 2008~2009년에 선진지수에 편입된 바 있다.
◆일정 요건 갖춰야 가입 =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WGBI 편입을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발행 잔액 500억달러(액면가 기준) 이상, 신용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 이상 등 정량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는 정성 조건은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외국인의 투자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경감해주는 것인데,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외국인 채권 자금이 늘어나면 위기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최종편입은 결국 무산됐다.
◆편입까지 얼마나 걸릴까 = 정부가 편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편입에는 1∼2년이 걸린다.
우선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의 협의를 거쳐 관찰대상국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 FTSE는 정책상 변화에 따른 시장 접근성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찰대상국 목록을 조정하며, 이후 6개월 이상 검토를 거쳐 매년 9월 연례심사 시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FTSE와 사전협의를 진행한다는 전제로 빠르면 올해 9월 관찰대상국에 포함되고, 내년 9월이면 최종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FTSE와의 협의 진행 과정에 따라 편입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정책 가장 아쉬워 = 한편 홍 부총리는 "임기 중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부동산시장 대책"이라는 소회도 밝혔다.
그는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거에 대해서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든가 해서 상당 폭으로 하향 안정세를 시키고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이제 다음 정부로 넘겨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언론에서 불안하다, 더 올라갈 것 같다, 이러면서 불안 심리가 더 커진 것도 있고,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에 의해 부를 축적하려는 것보다도 투기적 횡재 소득을 노리는 게 많아서 그런 측면에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공급에 대해서도 "5년 단위로 보면 공급이 절대 적지 않다"며 "일부 언론은 자화자찬이라고 하지만, 물러나면서 그 정도 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부총리가 됐는데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 11년째 입법이 안 된 게 가장 서운한 것 중에 하나"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실무를 책임졌으나, 이 법은 2011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후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