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G인증, 국제인증업무기준(ISAE 3000) 적용 6%"
ESG인증 기관·기준 제각각
주요국 'ISAE3000' 비중 높아
한공회 '제1회 ESG인증 포럼'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공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가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지만 국제적으로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는 '국제인증업무기준(ISAE 3000)'이 적용된 비율은 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비재무정보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시켜주는 인증제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소위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서다.
27일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김영식, 한공회)가 주최한 '제1회 ESG인증 포럼'에서는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에서 제정한 ISAE3000의 확대 적용 필요성이 논의됐다.
ISAE3000은 국제적으로 ESG보고서를 비롯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증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증 기준이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서 발표된 '국내 ESG보고서 인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ESG 보고서(비재무) 발행 국내 기업 179곳 중 ISAE3000 기준에 따른 인증은 12건으로 6.7%에 불과했다. 인증보고서의 80% 가량은 영국의 비영리기입인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사에서 제정한 'AA1000AS'를 사용했다.
인증기관을 보면 KMR한국경영인증원이 56곳(31%)을 인증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BSI Group Korea(22건, 12%), 한국품질재단(16건, 8%), 회계법인(7건, 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국가들을 보면 회계법인에 의한 인증비율이 프랑스 98.1%, 독일 93.8%, 이탈리아 97.3%, 일본 62.8%, 영국 53.5% 등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와는 차이가 크다. 해외 회계법인들이 수행하는 ESG인증은 90% 가량 ISAE3000을 적용하고 있다.
ISAE3000은 인증업무기준과 관련 있는 모든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요구사항 중 일부만 준수하고 인증업무기준을 언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만큼 엄격하다. 또한 인증인의 독립성 등 윤리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업무를 수행하는 팀을 전체로 봤을 때 적합한 적격성과 역할을 보유하고 있는지, 인증업무를 위한 전제조건들이 존재하는지, 인증업무 조건에 대해 인증인과 업무의뢰자의 이해가 동일한지 등도 확인하는 등 업무가 수행될 기초조건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국제 ESG 인증기준 도입'을 주제로 발표한 황근식 한공회 감사기준팀장은 "ISAE3000은 인증인에게 윤리적 요구사항과 품질관리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기초 인증대상과 준거기준의 적합성, 인증업무의 합리적 목적 등을 인증업무의 전제 조건으로 한다"며 "인증 품질에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ISAE3000은 회계법인이 기업의 감사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감사의견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증을 한다. 인증인은 기준에 따라 보고서가 작성됐을 경우 적정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인증 업무 범위에 중요한 제한이 있었다면 한정 결론 또는 결론 거절을 표시하고, 인증대상정보가 중요하게 왜곡 표시된 경우에는 한정 결론 또는 부적정 결론을 내린다.
황 팀장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2022년 지속가능금융 업무계획'에서 지속가능성보고의 신뢰성 확보에 독립적인 인증이 핵심요소임을 확인했다"며 "인증 기준제정의 추진 또한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인증인들도 ISAE 3000과 일관된 기준을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증품질의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IAASB가 지속가능성보고서 인증기준을 별도 제정할 경우에도 ISAE3000을 기초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영식 한공회 회장은 "ESG정보 공시에 대해 중구난방 논의를 지양하고 기업, 정보이용자, 자문 및 인증기관, 정부부처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조율과 글로벌 표준과의 정합성 제고를 위한 정제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에 의해 ESG 정보가 공시되고 인증에 대한 공인 자격을 가진 공인회계사들이 인증업무에 적극 참여한다면 ESG 정보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신뢰성이 제고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