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유급휴일 명시 않으면 통상 산정기준시간에서 빼야"

2022-05-02 12:09:08 게재

고대병원 간호사 2881명 통상임금 소송 승소

법원 "26억원 지급" … 유사소송 이어질 듯

고려대학교의료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법정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이 모씨 등 2881명이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2003년 9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면서 고대병원 간호사 등의 주당 소정근로시간도 40시간으로 줄었다. 당시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을 소정근로일에서 제외하게 됐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도 220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은 1998년부터 주5일근무제를 추진해왔다. 2002년 10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한 뒤 2003년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2003년 9월 15일 공포했다.

이씨 등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단체협상에서 220시간으로 지정한 것은 무효라며 통상임금을 재산정한 뒤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주급·월급제의 경우 주당 소정근로시간 및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바탕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역으로 계산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며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가 증가할수록 시간급 통상임금액은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의 존재'는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은 임금의 구성항목 내지 계산방법의 일종이므로 근로계약서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명시적으로 규정돼야 한다.

하지만 사측은 단체협약상 '토요일을 휴무일로 한다'고만 했을 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서에 유급 또는 무급으로 처리한다는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부칙에는 '사용자는 법 시행으로 인해 기존 임금수준 및 시간당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구체적 임금액 유지방법은 노사합의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산별교섭합의서에도 '사용자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유로 기존 임금수준과 시간당 통상임금을 저하시킬 수 없다'고만 정해 놨다.

재판부는 "주당 소정근로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금액의 '본봉'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토요일 4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 임금수준을 유지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220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산정방법을 설명해 왔고, 계산 조항의 변경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노사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사간 협상을 살펴본 뒤 "근로기준법 개정 후 단체협약에 관한 설명회에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220시간임을 전제로 법정수당 계산방법을 설명했다는 점만으로는 노사간 통상임금 사정 기준시간을 220시간으로 정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어 "토요일 4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209시간"이라며 "법정수당 계산조항에서 정한 220시간은 209시간을 초과하므로 초과 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 취지라면 주5일제가 도입된 2003년부터 적용을 해야 하지만 민사상 채권 소멸시효를 고려해 이씨 등은 2016년 9월부터 통상임금을 재산정한 비용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이씨 등이 요구한 26억3700만원에 대해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대병원의 임단협 상황이 고려된 판결로 보인다"면서도 "주5일제 도입 이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등이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명시하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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