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리은행 횡령' 은닉자금 추적

2022-05-02 11:05:52 게재

피의자 형제 나란히 구속

해외 가족들에게도 송금

우리은행에서 약 6년에 걸쳐 614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전액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은닉자금 여부 등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관리하던 공금을 인출한 형과 횡령금을 받아 해외 사업에 투자한 동생은 나란히 구속됐다.

614억원 횡령 우리은행 직원 동생 |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의 동생인 A씨가 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지난달 30일 구속된 데 이어, 1일에는 동생 B씨도 구속됐다. B씨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허정인 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두 형제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B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면서 '형과 범행을 계획했나' '자금 출처를 알고 있었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몰랐다"고 답하며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A씨는 2012년 10월과 2015년 9월, 2018년 6월 3차례 걸쳐 공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수 후 받은 경찰 조사에서 "횡령금 대부분은 파생상품에 투자했고 일부는 동생 사업에 투자했지만 모두 손실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B씨는 형에게 약 100억원을 받아 뉴질랜드 골프장 개발 사업에 투자했지만, 8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600억원대 거액 대부분을 투자 실패로 잃었다는 A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보고 은닉자금이 있는지 추적 중이다. 기존 횡령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은 "횡령금을 모두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결국엔 은닉 자금이 발견되곤 했기 때문이다.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 사건에서도 직원은 회삿돈을 빼돌린 뒤 681억원 상당의 금괴로 현물화해 가족들 집에 숨겨놓은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수익추적팀이 본격적으로 계좌 추적을 하는 등 은닉자금 여부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주말에는 은행들이 계좌 내역 정보 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일정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생 B씨는 혐의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는 계속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자수 직전 횡령금 일부를 아내와 딸 등이 살고 있는 호주로 두 차례 송금한 내역도 파악했다. 은행측이 이를 확인하고 호주 은행에 송금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미 거래가 진행된 뒤여서 취소는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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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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