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노믹스 첫 시험대, 물가잡기 험로 예고

2022-05-12 11:43:25 게재

윤 대통령 "물가·민생회복 최우선 과제"

"세계물가 급등세, 장기화 불가피한 상황"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와 민생경제 회복이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대통령 취임 만찬 참석도 마다하고 기재부 간부들과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가졌다. 윤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비상경제TF를 가동했다. 그만큼 갓 출범한 새정부가 물가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대응이 Y노믹스(윤석열정부 경제정책)의 첫 시험대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원 달러 환율, 계속되는 연고점 경신│1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2원 오른 달러당 1282.5원으로 출발하며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뾰족한 물가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물가 고공행진이 세계경제 흐름과 대외불확실성에서 비롯된 탓이다. 1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물가급등 사태는 코로나19 대응기간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재정을 풀면서 생긴 과도한 유동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불안이 겹쳤다. 당분간 물가급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물가가 제일 문제다. 국민들이 허리가 휘고 민생고에 허덕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 관련 각종 지표를 면밀히 챙기면서 물가 상승 원인을 파악하고 억제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추경호 부총리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물가 안정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겨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비상경제 TF를 설치해 경제 상황 전반을 관리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물가급등 추세는 당분간 진정될 기미가 없다.

세계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미국 물가는 8개월 연속 8% 넘게 급등하는 추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3% 급등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월(8.5%)보다는 상승 속도가 다소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보다는 높아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물가 급등은 고강도 긴축통화정책과 금리인상으로 직결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에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상승으로 이어진다. 모두 물가인상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 최소 두 차례 더 같은 수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까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 시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물가자극 요인이다.

외신들은 도시봉쇄 조치를 동반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이날 올해 3분기 낸드 플래시웨이퍼 가격이 2분기보다 5∼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시차를 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수출기업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12일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고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2원 오른 달러당 1282.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장 초반 1284.2원까지 오르며 5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반면 코스피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전날보다 22.37p(0.86%) 내린 2569.90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 '물가 대응과 민생회복'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Y노믹스의 앞길이 당분간 험로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닻 올린 Y노믹스 성공할까"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