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원자력 | (2) 역대정부 원전 정책

원전 필요하지만 MB정부 회귀는 곤란

2022-05-13 00:00:01 게재

당시 원전 발전비중 59% 계획 … 에너지정책 정치화돼선 안돼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탈원전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13일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원전을 기저전원(매일 꾸준히 발전)으로 적극 활용하고, △생태계 강화 △수출 △유망기술 확보 등 원전 최강국 도약을 추진한다.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의 역할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 실현방안으로 원자력을 활용한다'는 원칙은 현실성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정책 논의가 '탈탈원전'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둘러싸고 "이명박(MB)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이명박정부, 원전 르네상스 꿈꿔 =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최상위 계획인 1~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 단위 장기 에너지전략으로, 5년에 한번씩 수립한다.

1차 에기본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8월 수립했으며, 2008~2030년까지의 정책을 담았다. 1차 에기본에 따르면 전체 발전설비 중 원전 비중을 2007년 26%에서 2030년 41%까지 높이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차세대 원전(APR+) 조기개발을 추진한다.

또 원전 10여기를 새로 지어 원자력 발전비중을 2007년 36%에서 2030년 59% 대폭 확대한다. 국내 원전확대와 해외 원전수출을 두 축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원자력은 우리경제의 석유의존도와 에너지 수입 부담을 완화하고,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며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의 역할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 원전 확대 기조 유지 = 2차 에기본(2014~2035년)은 박근혜정부가 수립했다.

2차 에기본에서는 2035년 원전비중(설비기준)을 29%로 설정했다. 1차 계획 41%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다. 하지만 원전 추가건설을 계획하는 등 원칙적으론 원전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총 43GW의 원전설비가 필요하다"며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한 36GW(2024년)을 고려할 경우 7GW의 신규 원전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안보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위해 1차 에기본의 보급목표(2030년)11%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 탈원전 추진에 올인 = 문재인정부는 2019년 3차 에기본(2019~2040년)을 수립했다.

3차 에기본에선 원전에 대한 입장이 완전 바뀌었다. '탈원전' 로드맵의 본격화다. 1~2차 에기본과 달리 원전비중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을 백지화하고,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수명연장(계속운전)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미 계획돼 있던 원전은 △신한울(울진) 3·4호기 △천지(영덕) 1·2호기 △대진(삼척) 1·2호기 또는 천지 3·4호기(두곳 중 한곳 미확정) 등이다.

3차 에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 30~35%로 대폭 확대했다. 이어 1년 뒤인 2020년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원전 설비비중이 2020년 18.2%에서 2034년 10.1%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탈원전 기조는 에너지정책 중심이 경제성에서 사회수용성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값싼 발전원으로 대한민국의 안전한 전력공급을 책임지며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인식에서 더 이상 값싸고,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가 아니라는 시각의 차이다.

◆윤석열정부, 탈원전 뒤집기에 나서 = 그러나 10일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전면 부정하며 뒤집기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상협 기후·에너지팀장은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전제로 에너지 정책을 펴왔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탈원전이라는 금기를 해체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 대통령실 미래비전비서관과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하며 녹색성장 정책을 주도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원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극단적으로 바뀌어왔다"며 "문재인정부가 에너지문제를 탈원전으로 정치화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듯이 윤석열정부도 정치적으로 친원전만 주장하면 국민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대 전제하에 균형있고 실효성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경우 특정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균형있는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무탄소전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미래에너지융합학과)는 "우리나라는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재생에너지 설비가격 상승이라는 더블 그린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에너지공급 안정성과 탄소중립 속도 제고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통해 우리만의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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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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