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원유 금수조치 합의 실패
독일 "며칠내 합의 확신" … 헝가리 "충격흡수에 20조~24조원 필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보렐 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안타깝게도 오늘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최선을 다해 논의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입장들이 워낙 강해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할 순 없다"고 회의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EU는 향후 6개월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년 1월까지 석유제품까지 수입을 끊는 '6차 제재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 석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의 반대로 합의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가 계속되면 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 EU 차원의 제재는 27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각국 외무장관들도 6차 제재안 합의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 아셀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제재안이 타결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도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당장 오늘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며칠 내에 합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보렐 대표는 다만 우크라이나에 5억유로(6706억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에 외무장관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무기 지원은 총 20억 유로(2조7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편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서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경우, 그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데 약 150억∼180억유로(20조∼24조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EU가 회원국 주권을 뒷전으로 미루며 권력을 남용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헝가리는 EU에 남아서 권리를 찾을 것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지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 이어지고 헝가리에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 회담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다섯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선서를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유럽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대응한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가 에너지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위기와 미국 금리인상이 결합해서 고물가 시대를 불러왔고, 이 모든 것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중앙은행과 정부가 조율해야 한다면서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피데스가 승리하면서 네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오르반 총리는 1998년 처음 총리가 됐다가 4년 만에 물러났고 이후 2010년 재집권한 뒤 계속 자리를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