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ESG경영은 '사회공헌' 연장 수준"

2022-05-20 11:31:41 게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ESG 생태계 조성' 보고서 … 평가지표에 '불평등·산업안전·협력사' 반영해야

국내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고 있지만 기업 이미지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사회공헌의 연장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18일 'ESG 노동 생태계 조성 방향'을 주제 보고서에서 "ESG 경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 등 기업 내 핵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거나 주주 등을 대상으로 대외적인 정보공개를 회피하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ESG 가치 지향점에 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건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500대 기업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42.3%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ESG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ESG의 S(사회) 영역의 주요대상은 소비자(31.7%) 지역사회(19.8%) 노동자(18.8%)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전경련의 '300대 기업 2022 ESG 사업 키워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1.4%는 ESG 사업규모를 지난해보다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72.1%는 ESG 비재무정보 공시를 '기업의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주주대표소송 도입에 대해 응답기업 58.1%가 '지나친 개입'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노동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 도입에는 46.5%가 반대했고, 33.7%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이 여전히 사회공헌의 시각으로 ESG를 접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ESG에 담겨있는 가치에 대한 학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ESG 경영은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책무를 이행하고 경영활동 및 절차에 있어서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 및 가치사슬 차원에서 노동을 존중하는 ESG 경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ESG 가이드라인, ESG 평가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외적으로 ESG 지표가 난립하자 정부는 지난해 한국형 ESG 가이드라인인 'K-ESG'를 발표했다. 다양성 및 양성평등 관점에서 '장애인 고용률'을 다루고 있지만 법정 기준을 미달하더라도 일정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ESG 평가지표를 통해서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규정하고 개선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과 파견·용역 등 사업장 내 불평등 완화와 산업안전 평가에도 이 지표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에서도 ESG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급망 관리가 진행돼야 한다"며 "기업은 ESG 경영과 관련된 계획·실행·평가·환류 등 모든 활동에 대해 노동자 대표 같은 핵심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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