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2분기 이후가 더 걱정인 이유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공시됐다. 기사마다 '사상 최대' '분기당 최대' 등 수식어가 줄을 이었다.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같은 보도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1분기 실적이 세계경제와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들이 다루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들이다. 대기업의 1분기 실적은 놀랄 만하다. 특히 수출 제조업 중심 대기업들은 전체 기업 실적을 견인했다. 반도체 철강 정유 등 주요 17개 업종 가운데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연결기준)이 줄어든 곳은 디스플레이와 통신 분야 2곳 뿐이다. 해운과 정유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102.6%, 73.4%, 41.4% 성장했다. 철강도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업종별 대표기업 35개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우크라이나전쟁 영향 2분기에 본격 반영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9.7%에서 올해는 11.4%로 올라갔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1분기 영업이익률 6.4%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HMM으로 대표되는 해운이다. HMM 영업이익률은 64%에 달했다. 매출액 2/3가 영업이익으로 실현된 셈이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25%, 항공은 22.2%를 기록했다. 608개 상장사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 7.64%를 고려하면 이들 기업 수익성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만하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선전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7%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1.4%p로 전분기(0.3%p)보다 크게 올랐다. 수출이 성장을 이끈 셈이다.
업종별 기업별로 보면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외부요인에 기인한다. 정유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1분기 4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2년 만에 놀라운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원유가격과 정제마진 상승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원유가격이 급등했다.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과 다르다.
다른 업종도 비슷하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가격이 올랐다.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한 업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철강은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상승을 판매가격에 반영해 좋은 실적을 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조선업 1~4월 누계수주액은 세계 1위이며 수주 규모가 장기적으로 늘고 있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 3사는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4.4%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47%나 증가했다. 선박에 쓰는 후판 가격은 1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으나 이를 선박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중간재를 생산해 수출하는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다. 10일까지 무역수지가 99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 실적을 크게 우려한다.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쟁 영향이 2분기에 온전히 반영된다. 글로벌 공급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제로 코로나' 기조에 따른 봉쇄 영향도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 미·중 2차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 등 외부요인도 기업 경영활동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은 코로나 대유행 당시 차입금을 늘린 기업의 금융비용을 끌어올리고 투자의욕을 떨어뜨린다. 급격한 환율상승도 원유 등 원자재가격 부담을 높인다. 일본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환율상승은 수출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규제개혁 방향 중소벤처기업에 맞춰져야
기업들이 대비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하다. 3분기 이후 시장 전망도 불황 속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한 후라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윤석열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다. 민간기업 투자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을 강조한다. 규제개혁 방향은 중소벤처기업에 맞춰져야 한다. 대기업들은 해외 현지투자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벤처투자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