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 넘을 전문대 선택

4·5·6등급 학생 위한 알짜 전문대학 탐색법

2022-05-31 11:37:54 게재

대학가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서울권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정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선발이 아닌 '모집'이라고 할 정도로 입학 문턱이 낮아졌다. 일반대학의 미달 여파는 전문대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계고 전문대학 진학 '꾸준'

이런 상황에서 일반계고 졸업생들의 일부는 전문대학으로 진학한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극소수 고교를 제외하고는 졸업생의 3%에서 24%가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학부모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소위 '스카이'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난에 시달리다 보니,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거나 취업이 보장된 전문대학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문제로 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주변의 사례가 더해지면서 적극적으로 전문대학 진학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진로 중심에 둔 전문대학 선택

일반고 4·5·6등급 대인 학생들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함께 살핀다. 서울 거주 학생의 경우 비수도권 사립대학 진학 대신 거주지를 옮기지 않아도 되는 유망하거나 본인의 진로 분야와 관련 있는 수도권 전문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비수도권 학생도 비슷하다. 대학 공부를 위해 이주해야 하는 경우 거주 비용까지 더해져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이 경우 취업 전망이 우수한 지역 내 전문대학 혹은 관심 분야에 특화된 수도권 전문대학 학과를 살핀다.


일반계고에서 전문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성적과 진로, 취업 전망이다. 성적에 맞춰 일반대학의 비선호학과에 진학하기보다 흥미있는 분야나 취업 전망이 좋은 전문대학 유망한과를 선택하는 것. 특히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 학과의 인기가 높다. 간호 치위생 작업치료 임상병리 물리치료 방사선과가 속한 보건 계열이 대표적이다. 특히 간호학과는 일반대학 전문대학 모두 4년제로 운영된다. 교육과정이나 취업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아 간호사 진로가 확고한 학생은 일반 대학 타 학과보다 주거지 인근의 전문대학 간호학과 진학을 선호한다.

실용적인 학과 교육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도 많다. 진로교육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은 흥미 분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대학은 산업계와 학생들의 수요에 민감하게 대처한다. 따라서 학과 개편이 빠르고, 실용 학과 비중이 높다. 예를 들어 실용음악 뮤지컬 모델 매니지먼트 등 방송연예 관련 학과, 조리 제과제빵 레포츠 등 외식휴양 산업 관련 학과, 헤어 메이크업 등 뷰티 관련 학과, 영유아나 펫 산업 관련 학과는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에 넓게 분포돼 있다.

최근 방송·영상·미디어와 VR 게임개발 SW공학 IT 인공지능 등의 4차 산업혁명 관련 학과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신성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은 31일 "일반대학에는 드문 사회 수요를 반영한 학과들, 실용적인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며 "애니메이션 연기 등의 예술·콘텐츠 학과는 재도전을 통해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채용 문화 변화 시너지 효과 낼 수도

최근 일반대학에도 비슷한 학과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특히 서울 외 지역의 사립대학의 학과들의 개편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교육과정이 차이가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전문대의 '빠른 사회 진출'이 달라지는 채용 문화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장업 서울 영훈고 교사는 31일 "일반대학 졸업이 취업의 질과 양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라면서 "전문대학에서 직무 능력을 익혀 빨리 사회에 진출, 경력을 쌓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채용 시스템이 급변했다.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 채용이 일반화 됐으며 경력 채용을 선호한다. 전문대학은 2~3년 교육 후 취업 전선에 나서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경력을 쌓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전문성을 갖출 경우 이직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의 근무지로 옮기기 쉽다.

출신학교나 지역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의 일반화도 호재로 평가한다. 전문학사를 받고 취업 후 해당 직업 영역에서 필요한 학위나 전문기술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제도도 여럿이다. 김동정 서울 성보고 교사는 31일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제도, 고려대(세종) 연세대(미래) 홍익대(세종) 건국대(충주) 등의 관련 학과에 무시험 혹은 간단한 평가를 거쳐 편입해 학업을 이어가는 일반대학 연계편입학제도가 있다"며 "최근 신설된 전문기술석사 과정은 대림대 동양미래대 연성대 등에서 13개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