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대학 | 태재디지털대학
"캠퍼스·학부·전공의 시대는 끝났다"
동서양 두루 이해하는 글로벌 리더 양성 목표 …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 함양
인터뷰 - 염재호 태재디지털대학 총장
50여개 나라에서 지원한 학생들이 캠퍼스 없이 100% 온라인 토론 수업으로 학습하고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런던 등 세계 7개 주요 도시를 돌며 능동적 사고를 키우는 학교. 2014년에 생긴 미네르바대학은 시공간의 틀을 깨며 미래 대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한 혁신교육의 선두주자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여 함께 성장할 미래형 대학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태재디지털대학(태재대학)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초대 염재호 총장은 "이제 우리도 국제 정세 위기와 인류 공통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조화와 균형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5월 23일 종로에 있는 태재대학 본부에서 진행되었다.
■태재대학 설립 계기와 비전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태재대학은 '지금의 교육 방식이 시대에 부합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미·중 갈등의 심화다. 두 강국이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는 이상 부딪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미·중 양국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동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국은 미국의 총기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는데 왜 국가가 총기 규제를 강제하지 않느냐 묻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같은 전체주의식 규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이 둘의 가치관을 끌어안은 역사를 갖고 있다.
한·중·일 3개국의 인구는 유럽과 미국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고 GDP 역시 곧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재대학은 동서양을 대표하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4개국에서 학생을 고루 선발해 큰 비전을 지닌 인물들을 키워내고자 한다.
세계적인 명사는 물론 노벨상 수상자, 유수 대학의 손꼽히는 교수들을 섭외해 학생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모든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되므로 교수와 학생 모두 각각 다른 장소에 있다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성적 줄 세우기식 선발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내에서 100명, 미·중·러·일에서 1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교 입학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정원을 채우지 않으려 한다. 연령 제한도 없다.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 학생부 등 서류를 바탕으로 5배수를 뽑은 뒤 3차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학업 성적이 좋다고 해서 뽑진 않는다. 학업계획서가 가장 중요하다. 첫번째 면접은 학업 능력을 테스트하는 심층 면접이다. 두번째엔 교수들이 인·적성 면접을 진행할 것이다. 마지막 면접에선 리더로서의 강한 욕구와 학업 동기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입시용 스펙도 거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인성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리더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 입학 후 중간에 포기자가 나와도 편입생은 받지 않을 것이다.
■어떤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나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은 공급자 위주였다. 교수 전공에 따라 학생을 선발했다. 태재대학의 모든 교수는 계약직이다. 일정 기간마다 평가하고 우수한 교수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해 교원의 질을 담보하려 한다.
미래 사회에 부합하는 인재는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다. 이를 위해 1학년 과정은 기본적으로 무(無)전공으로 운영된다. 인문사회융합·자연과학·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비즈니스혁신 등 4개 전공 영역에 따른 세부 과목, 10개 안팎의 교양 과목, 각국에서 현장학습을 하며 수행하는 '캡스톤 디자인(창의적 종합 설계)'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30여개를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다.
모든 수업은 영어 온라인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미·중·일·러 4개국에서 한 학기씩 머무르며 현지 문화와 국가별 시스템을 체험하는 만큼 최소 2개의 제2외국어와 컴퓨터 언어를 2학년 1학기에 중급 이상 습득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어떤 변화가 급선무라 보나
만연한 사교육, 공교육의 붕괴, 늦은 결혼,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는 대학 입시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닌 취업을 위한 발판이다.
학부에서 전공이 중요했던 시기는 오래 전에 끝났다. 평균수명이 60세였던 시절 얘기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120세 이상 살게 된다. 대학 교육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도록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부 또한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교육 정책을 구성해나가길 바란다. 입시에서 성적 줄 세우기를 하는 한 병폐를 끊어낼 수 없다. 대학은 앞으로 20~30년을 내다보고 이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획일화된 입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 졸업생들이 어떤 진로를 걸을 것으로 기대하나
5개 분야의 진로를 구상 중이다. 삼성 애플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 취업, 혁신적 아이디어를 활용한 창업, 세계 최우수 대학원 진학, UN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입사, 싱크탱크·NGO(비정부기구) 활동 등이다. 진로담당 교직원 10여명을 배치해 학생 한명 한명에게 맞춤형 지원을 할 것이다.
지구촌 시대다. 어느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은 곧 인류 공통 문제가 된다. 팬데믹 전쟁 식량안보 테러리즘 기후위기 등은 전세계가 합심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거대 사안들이 세계를 덮칠 것으로 본다.
지구 전체를 조정할 수 있는 '세계정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바로 이 세계정부에서 우리 졸업생이 주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픈 말이 있다면
엄마 말 듣지 말고 학원 말 듣지 마라!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걱정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를 산 부모가 미래를 살 자녀에게 해주는 조언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학원의 공포 마케팅에도 속지 말아야 한다. 문제풀이형 주입식 교육도 마찬가지다. 당장 성적을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도대체 그런 공부가 학생의 어떤 역량을 키워낼 수 있나? 그러곤 명문대를 가지 못하면 삶의 패배자로 낙인찍힐 것처럼 학생과 학부모를 겁박한다.
지금의 우리 청소년들이 용기 있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시야를 좀 더 넓히면 해외 대학 진학도 고려해볼 수 있다. 동남아 전문가가 되기 위해 베트남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고, 유럽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품으면 독일이나 프랑스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다.
30년 후를 상상하라. 대학 졸업장은 자신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고 자신의 미래를 담보하지도 않는다. 대학 진학은 끝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행복하게 하는 것이 뭔지 끊임없이 궁리하고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