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대치에 '보복수사' 공방까지 … 국회 정상화 언제나

2022-06-16 12:01:20 게재

야권 인사 검찰 수사선상에 "정치탄압" 반발

국민의힘 "문 정권 적폐수사는 뭐였나" 힐난

여야 강대강 대치 '민생 협치' 실종 우려 커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여야가 이번엔 '정치 보복수사'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당 지도부는 물론 공개행보를 자제했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의 폭을 키우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초반 적폐수사와 비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거대 양당의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민생현안 대응을 위한 협치 국회 가능성이 멀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검찰의 대장동 및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선상에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인사들이 올라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집단으로 반발했다.

제3회 여성정치인 어울모임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가운데)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여성정치인 어울모임 -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당선자 축하모임'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문재인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문 정부 초기 산업부와 산하 기관장 사퇴 문제를 논의한 청와대 인사를 박 의원으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박상혁 의원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7일 검찰이 산업부 전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요청해 일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특정 언론을 통한 보도형식을 빌려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다"고 했다. '언론에 흘리고 표적을 만들어 그림 그렸던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 1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라며 비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박상혁 의원을 데려가 수사하고 나면 그 다음 윗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뻔히 순서가 예견되는 것 아닌가"라며 "수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또 윤석열정부가 문재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것 같다는 주장도 내놨다.

고민정 김영배 윤건영 등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5명도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라며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 사건은 3년 전 국민의힘 고발에서 출발했는데 검찰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당연히 수사하겠다며 정치보복을 공언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공개 일정 없이 잠행하던 이재명 상임고문도 가세했다. 검찰이 대장동 수사과정에 자신을 피의자로 특정했다는 CBS 보도에 대해 "정치 탄압"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을 이용한 정치 보복, 정치 탄압이 시작된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형 입원 사건을 거론하며 "무혐의지만 일단 기소해서 정치·경제적 타격을 입히자는 음모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발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초기에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느냐'며 반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동일하게 사주를 강요하는데 역할을 했던 분들은 당연히 수사대상이 돼야 하고,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데 마치 정권이 바뀌어서 (보복수사라 한다면), 문재인정부 초반에 일어났던 지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라 인정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하고 동일한 구조로 압력에 의해 산하기관장 사표 받은 사건인데,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페이스북에 "5년 내내 무자비한 보복 수사를 자행해 놓고 이제 와서 시작도 안 한 사건을 보복수사 한다고 난리를 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참에 불법으로 원전 중단 지시한 최종 책임자와 울산시장 불법선거에 관여한 최종 책임자도 수사를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적었다.

여야 강대강 대치와 국회 공전의 원인이 된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공방도 여전하다. '법사위 권한 축소·국민의힘 몫'이라는 전반기 원내대표간 합의 이행을 두고 양당 원내대표가 '네 탓' 공세를 벌이고 있다. 한발 더 나가 '다수당의 횡포'라거나 '여당의 직무유기'라는 프레임 공방으로 이어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전반기 원내대표간) 후반기에 법사위를 국민의힘이 맡는 건 법사위의 과도한 월권 행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 전제가 연계된 합의가 이미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사위 권한이 작년에 법 개정으로 계류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축소했고. 체계 자구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면서 "갑자기 정권이 바뀌니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국 경색 출구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 파기 이후 양당 원내 지도부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법사위 대치 해소를 위한 해법에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진심으로 빨리 원 구성을 하고 싶다면 본인들이 이러저러한 논리 또는 양보안으로 한번 해보자고 해야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당의 책임 있는 선제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가 뭐라고 그래도 국민들께서 민주당 잘못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입법독주, 의회독재를 하지 않았느냐. 정권이 바뀌니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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