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전문대학
"대학 간 역할 중복, 직업교육법 제정 시급"
일반대·전문대·폴리텍대 역할 중복 심각 … "지방 반도체 관련학과 모집 중지·폐과 속출"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교육 분야 국정과제 중 인재 양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하자 교육부는 '전 직원 반도체 열공'으로 대응했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과 반도체 업체 인사담당자 등 민관이 참여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은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협의한다. 교육부는 조만간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
반도체 산업 분야 부족인원 20% 가량을 차지하는 전문대학도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다양한 변신을 모색을 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를 통해 인재 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의 교수 직원 등과 학생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전문대학 현안과제를 살펴보았다.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은 대부분 수도권 우수 일반대학과 대학원 연구·개발 인력 문제로 접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지방에 공장이 있어 생산인력 충원에 애로를 호소한다.
A대학 모 교수는 21일 "최근에 관련 산업체들이 지역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에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는 실정이며 취업자들에게 이직 방지를 독려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들 소부장 업체들에 대해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졸-전문대졸 반도체 인력부족 심각 = 반도체 산업 분야 부족인원은 고졸-전문대에서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 반도체 산업 분야 부족인원 1621명 중 고졸 894명(55.2%) 전문대졸 316명(19.5%) 대졸 362명(22.3%) 대학원졸 49명(3%)으로 고졸과 전문대졸 인력부족이 74.7%나 된다. 대학과 대학원뿐만 아니라 단계별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C대학 모 교수도 21일 "반도체 인력은 생산·설비 유지보수 인력도 중요한데 정부 사업인 'BK(두뇌한국)21'은 대학원 양성 위주"라며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 사업 활성화를 통한 전문기술인력 양성 정책 등 전문대학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3학년도 전문대학 반도체학과 개설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16개교 18개 학과에 입학정원이 1166명이다. 이중 수도권이 8개교 8개 학과 401명, 비수도권 8개교 10개 학과에서 765명을 모집한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A대학 모 교수는 21일 "지방소재 반도체 관련학과는 정보통신과, 전자과(MCU, 비메모리 반도체, 반도체응용시스템), 컴퓨터정보과(코딩), 전기과(전력반도체)의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함께 입학경쟁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 모집 중지나 폐과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문계고교도 학과를 충원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반도체 관련 학과를 유지하거나 신설할 때 별도의 정책적인 배려와 전액 장학금 지원 등 재정적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졸업 후 처우 문제도 심각하다. E대학 직원 모씨는 21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입사할 때 전문대 졸업자에 대한 처우 등급이 고졸자 대우가 된다"며 "전문대 졸업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전문대 재학생 모씨도 "반도체 관련학과 활성화를 위해 국가지원 교육프로그램, 부트캠프(Boot Camp) 운영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업교육 기관 간 기능 중복 문제 =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교육과제에서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위해 산업과 직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전문대학을 직업전환 교육기관으로 지정·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일반 대학과 전문대학,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 등 직업교육 기관 간 기능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 일반대학의 경우 전문대학이 잘하는 학과를 모방해서 손쉽게 운영하고 있고 폴리텍대학은 전문대학과 중복적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폴리텍 영천로봇캠퍼스가 2021년 3월 개교했지만 이미 같은 권역 3개 전문대에서 로봇관련 학과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또한 중등·고등·평생 단계별 직업교육 간 연계와 현행 고등교육기관을 기능에 따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4월 인수위에 "학문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정원을 감축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일반대학 중 희망하는 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 대학으로 육성하면 고등교육기관 간 기능 중복을 해소하고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건의했다.
◆직업교육법 제정 시급 = 전문대학이 새 정부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가 직업교육법 제정이다. 직업교육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재정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4월 인수위에 "전문대학이 발전하려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계획을 만들고 일반대와 전문대, 폴리텍대학 등 직업교육기관 간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전문대학이 발전할 수 있는 직업교육법(가칭) 제정이 시급하다"고 보고했다.
현행 교육기본법에는 다양한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지자체의 책임을 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21조(직업교육)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모든 국민이 학교 교육과 평생교육을 통해 직업에 대한 소양과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교육기본법상의 유아교육, 초·중등 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은 모두 하위 기본 법령이 있고 이를 근거로 한 5년 주기의 기본 계획을 갖는다.
직업교육은 하위 법령이 없어 5년 단위 기본 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업교육 정책이 단기적으로 이뤄져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대학 발목 잡는 규제 = 전문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도 문제다. 특히 등록금 규제와 관련 일반대학 대비 간호학과 등록금 같은 경우는 약 80% 수준이다. 동일한 평가를 받고 있고 동일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80%로 운영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까지 전문대학 정원은 30만명 가까이 됐지만 현재 15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일반대학과 재정 구조와 규모가 크게 차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4년간 획일적으로 등록금이 동결되다 보니 등록금 대비 경직성 비율이 85%로 높은 수준으로 악화된 상태이다.
이승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은 "전문대학이 산업구조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지방소멸 문제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학평가 부분과 등록금 관련 규제 부분에서 추가적인 개선을 통해 평가 부담 완화 및 재정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