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독점 깰 제2 증권거래소│② 주요국 ATS 시장 현황

미국·유럽 복수 거래소 활성화 … 거래 비중 30~40%로 확대

2022-06-22 11:15:37 게재

일본, 정규거래소 점유율 여전히 90% … 대체거래소 2곳 뿐

미국과 유럽 등 증시 선진국에서는 투자자들이 정규거래소보다 빠른 주문 및 체결속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래 수수료율, 거래시간과 거래 운영방식 등을 따져가며 자신에게 더 유리한 거래소를 찾는다. 대체거래소가 오랜 시간 자본시장에 정착되면서 보편화되는 등 이미 복수 거래소체제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곳의 대체거래소는 경쟁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매매체결 속도가 빨라지고 호가 간 격차와 거래 비용 감소로 시장의 질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대체거래소)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대체거래소가 설립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TS(대체거래시스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며,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다자간매매체결회사라 정의하고, 유럽에서는 다자간거래시설(MTF)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ATS는 등록된 브로커-딜러(broker-dealer) 또는 투자회사(investment firm)의 인가업무이자 일종의 거래플랫폼(시설)을 의미한다. 또 ATS는 거래정보공개 여부에 따라 공개주문시장(Lit Pool, 리트풀), 익명거래시장(Dark Pool, 다크풀)로 구분할 수 있다. 주문 정보가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을 빨아들이는 역할로 익명거래 시장 형태가 상당수 존재한다. 거래 금액이 큰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크풀' 때문에 대체거래소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체 주식 거래에서 대체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비율이 미국은 40%, 유럽의 경우 30%에 이른다. 다만 일본의 경우 정규거래소 점유율이 여전히 90%에 달하는 등 아시아 전체 지역의 대체거래소 거래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거래소 64곳, 매년 증가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말 현재 증권거래위원회(SEC)에 64개의 ATS가 등록·운영 중이다. 13개의 정규거래소 중 12개를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복수의 매매체결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ATS는 작년 말 총 62개에서 올해 1월에만 2개가 새로 생겼다. 지난 2019년 상반기 기준 대체거래소 수 54개와 비교하면 10곳이 신설됐다.

이연임 박사(금융투자협회 조사국제부)가 최근 발표한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규제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75년 이전에는 지역별로 복수의 거래소에서 각각의 지역적 특성에 의한 시장을 운영하는 '지역별 거래소 독점(monopoly)' 체제였다. 하지만 후선업무위기 발생 후 SEC는 1975년 미국 주식시장의 구조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면서 증권거래소법을 개정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컴퓨터를 활용해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는 ECN이 본격 등장하면서 매매체결 거래소 간 경쟁이 불붙었고, 1998년에는 ATS법을 제정하며 대체거래소를 본격 허용, 2000년엔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소집중의무를 폐지했다. 2007년엔 NMS(National Market System)법을 통해 대체거래소와 거래소 간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2005년 캔사스에서 ECN으로 설립된 바츠(BATS)의 경우 저가 수수료는 물론 리베이트까지 제공하는 공격적인 정책으로 급성장했다. 바츠는 2008년 정규거래소로 전환한 후 2014년 또 다른 ECN인 다이렉트 엣지(Direct Edge)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2016년에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인수되면서 미국 거래소 시장은 NYSE, NASDAQ, CBOE(시카고옵션거래소) 3강 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ATS의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2020년도에 전체 시장의 11.3%에 달한다. 금융상품별 매매체결 시설의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을 보면, ATS는 중장기국채(43%)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증권화상품(22%), 비상장주식과 단기국채(15%), ETF(10%), 회사채(6%) 순으로 나타났다.

◆유럽, 2007년부터 다자간 거래시설 본격 성장 = 유럽에서도 2000년대 들어 미국과 거의 유사한 시기에 정규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고 매매체결 시설 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유럽 각국에서 증권의 매매체결 보고를 해당 증권이 상장된 증권거래소에서만 가능하도록 한 집중의무규정을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2007년 자본시장지침Ⅰ(MiFID Ⅰ)을 제정해 거래소 집중의무를 폐지하면서 대체거래소 개념인 다자간거래시설(MTF)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프로젝트 터쿼이즈(Project Turquoise) Chi-X 유럽(Europe) 등이 있다. 2014년에는 비지분형 금융상품의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MiFID Ⅱ와 다자간 거래시설과 거래소 시장을 모두 거래시설로 일원화해 규정한 금융상품시장규정(MiFIR)의 제정을 의결했다.

유럽의 금융상품거래시장(MTF)은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발생되어 외환 및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2020년 기준 유럽 MTF는 총 142개로,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전체 시장의 28%를 차지한다. 이외에 상장주식 점유율은 RM(규제시장)은 28%, OTC(비상장)는 24%, SI(체계적 내부거래)는 19%로 보고됐다.

금융상품별 매매체결 시설의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2018년에 MTF가 ETCs(Exchange Traded Commondities)에서 40%로 나타났다. 그밖에 ETNs(27%), 파생·증권화(26%), 파생-금리(14%), 채권(13%), 파생-신용(11%), 파생-주식(1%) 순이다. 이외에 배출권의 경우는 RM(86%)과 OTC(15%), 파생-상품은 RM(98%)과 OTF(2%)에서만매매체결이 발생했다.

◆일본, 사설거래시스템 성장 미비 = 일본은 1998년부터 대체거래소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정규거래소의 점유율이 90% 가까이 차지한다. 아직까지도 일본에서는 거래 체결의 안정성을 중요시해 대체거래소보다는 정규거래소인 동경증권거래소(JPX) 등에 대부분의 주문이 몰리는 실정이다.

일본의 대체거래소는 사설거래시스템이란 의미에서 PTS라고 부른다. 현재 일본 PTS는 SBI 재팬넥스트와 Chi-X 재팬 등 2곳이 운영 중이다.

일본은 1998년에 금융상품거래법상 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소 집중의무를 폐지하고 증권업 정의를 확대해 PTS를 시행했다. 또 2005년엔 최선집행의무를 실시해 가격, 거래비용, 속도, 실행가능성 등에서 일부 기준을 선택해 주문 체결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최선집행의무의 운영방식에서는 PTS를 배제한 거래소 중심으로 운영되어 PTS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PTS가 도입 초기 제대로 안착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로 5% 초과 보유 시 의무적 공개매수에서 PTS가 예외로 인정받지 못했던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2012년 10월 관련 조항이 개정돼 PTS의 예외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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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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