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일반회사채 발행 반토막 … 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2022-06-24 11:24:00 게재

금리 올라가며 발행 부담

차환 발행도 45.5% 줄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지난달 발행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 신규자금 확보는 물론이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상환을 위한 회사채 차환발행까지 막혀 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5월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1430억원으로 전월(5조원) 대비 2조8570억원(57.1%) 감소했다.

만기도래 금액이 전월 5조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25.2%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차환발행 감소폭은 45.5%로 더 컸다. 차환발행액은 1조3396억원으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재발행하기 보다는 현금으로 상환했다는 의미다.

일반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주요 이유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발행기업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년 만기 우량 회사채(AA-)를 기준으로 한 금리는 지난해 6월 1.8~1.9%였지만 이달 23일 4.3%까지 올랐다. 비우량 회사채(BBB-) 금리는 같은 기간 8.2%대에서 10.2%대로 상승했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재발행하려면 2%p 이상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신용등급이 우수한 AA등급 기업들은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회사채 금리는 4%대를 넘었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3%대로 더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89조9676억원으로 연초 대비 9.2% 증가했다.

현금 보유액이 많아 회사채 상환이 가능한 기업들은 버틸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은 물론, 금융회사 대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투자자들도 우량물 위주로 회사채 매입에 나선다. 지난해 4분기 우량물 수요예측 참여율은 327.2%인 반면, 비우량물 수요예측 참여율은 148.2%로 차이가 컸다.

금감원은 "금리 부담 등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출될 가능성이 있고 지난해 하반기에 두드러진 우량물 선호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위험자산 회피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도 AA등급 이상 우량물이 1조6300억원으로 76.1%를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채권에 17개월 연속 순투자를 하고 있지만 주요국의 긴축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에서 급격히 자금을 뺄 가능성이 크다.

일반회사채 발행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업의 운영·시설자금에 투입된 조달자금도 급감했다. 회사채 발행으로 투입된 운영자금은 전월 대비 63.3%, 시설자금은 74.6% 줄었다.

일반회사채 발행은 감소했지만 은행채를 중심으로 금융채 발행이 늘면서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월 대비 2조527억원(12.4%) 증가했다. 그동안 발행규모가 크지 않았던 은행채 발행이 지난달 8조330억원으로 전월(5조6530억원) 대비 237.5%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회사채 잔액은 633조989억원으로 전월(630조5089억원) 대비 0.4% 증가했다. 일반회사채는 발행이 감소하면서 순상환으로 전환됐다.

한편 지난달 주식발행규모는 7423억원(9건)으로 전월(3조4911억원) 대비 78.7% 감소했다. 기업공개(IPO)는 증가했지만 전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규모 유상증자(3조2000억원)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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