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깎은 정규직 전환 정당"

2022-06-24 10:55:30 게재

증권예탁원 1·2심 승소

한국증권예탁원이 전문별정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급여를 깎은 조치는 정당하다는 1·2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전지원 부장판사)는 A씨 등 13명이 증권예탁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19년 A씨 등은 별정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줄어든 급여 체계를 환원한 뒤 차액 2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은 박사학위 소지자나 변호사, IT 및 시설관리 전문가들로 1~2년 단위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전문별정직으로 근무해왔다.

예탁원은 2017년 말 이들을 전임직원 즉,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간 예탁원은 별정직에 대해 일반별정직과 특수별정직 임시사용직으로 구분했고, 특수별정직은 다시 전문별정직과 일반별정직으로 분리, 세분화해 운영해왔다. 당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씨와 같은 비정규직의 정년을 보장키로 하면서 예탁원 전문별정직의 정년보장을 위해 새로운 직군을 신설했다.

정규직화를 하면서 급여체계를 바꾸다 보니 종전보다 급여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A씨 등은 정규직 전환 이전에는 일반직 보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오면서 매년 1호봉씩 상승한 임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예탁원이 새로운 규정을 만들면서 일반직원 기준봉급표가 아닌 전임직원 기준봉급표를 새로 만들어 적용했다.

이럴 경우 적게는 100여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안팎까지 급여가 깎이는 일이 발생했다.

A씨 등은 "실질적으로 임금을 삭감해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신설"이라며 "집단적 동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인 만큼 새로 만들어진 규정을 무효로 하고 임금간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과 예탁원의 면담 내용이나 당시 상황을 보면 자발적 전환신청을 했고, 연봉 감소 등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직군으로 편성된 전임직원의 채용, 인사, 보수 등을 규정하기 위해 새로 마련된 규정으로, 종전 규정을 변경했거나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새로운 직군이 만들어지면서 종전 규정이 불합리하게 변경된 것이 아닌 새 규정이 만들어진 만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이 바뀐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전문별정직의 경우 호봉 승급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고, 매년 보수를 협의해 온 점, 매년 1호봉씩 승급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실적에 따라 하락된 경우도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사협상에 따라 연봉 삭감이 된 경우에도 예탁원이 임금보전을 위해 기준 봉급의 호봉을 인상한 후 기간제 계약에 기재된 임금을 그대로 지급했던 사정도 고려됐다.

A씨 등은 당시 직군 전환 당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은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사회 규정상 직원 채용, 보수 등을 포함하는 모든 규정의 제정 등에 이사회 심의 의결을 필요로 하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다"며 "정관에 한정적으로 열거된 인사규정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이 사건 규정 제정에 이사회 심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규정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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