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폭염 대비 물이용권 재정비 필요

2022-06-27 11:04:50 게재

KEI, 환경생태수리권 제언

때이른 가뭄과 폭염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수리권(물이용 권리) 재정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물관리 시대에 발맞춰 수량만을 따지는 종전 방식이 아닌 '환경생태수리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생태수리권이란 수량·수질·수생태 등으로 물자원을 통합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체계적인 유역계획은 기본 = 27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의 '통합물관리 이행을 위한 수리권 정비의 정책 현안과 개선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물관리 이행을 위해서는 물사용 권리의 통합, 수리권 재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량 중심에서 수량·수질·수생태를 통합할 수 있는 제도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물이용권 재정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고온 등으로 1주일가량 앞당겨 진행된 부산 지역 모내기 장면.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 등으로 상대적으로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다. 환경부에 따르면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 대비 물 이용량(취수량) 비율은 약 33%(2011~2015년)다. 이는 OECD 국가 중 6번째로 높은 수치다.

강수량의 계절별 지역별 연도별 편차도 크다. 국토의 63%가 산악지형으로 유역면적이 경사가 급해 비가 내린 뒤 짧은 시간 내에 바다로 유출된다. 게다가 유출량 대부분이 홍수기(6~9월)에 편중돼 물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통합물관리가 되기 전까지 수리권은 인간 중심으로 한 물 사용에 대한 허가나 비용부담 해결 등 각종 분쟁들을 해결하는, 협의의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달성을 위해서는 인간 자연 수질 수생태계 등을 고려한 물 자원 사용의 권리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유역계획을 세워서 자연과 수생태계가 가지는 물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호주의 경우 환경용수계획을 포함한 유역계획 체계 분석을 통해 환경생태수리권 체계 방향을 제시했다.

생태손해배상책임제를 운영 중인 프랑스의 경우 우리나라와 물 사용 순위가 다르다. 프랑스의 물 사용 1순위는 생활 및 국가 안보 측면의 물 사용이다. 건강 측면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부분과 원자력 발전 냉각수 등 시민 안전을 위한 물 사용에 중점을 둔다. 2순위는 경제적 사용과 생태시스템의 균형이다. 3순위는 △농업 △산업 △에너지 생산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물사용 우선순위 1순위는 생활용수다. 2순위는 산업용수이며 3순위는 농업용수다. 생태시스템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2016년 민법 개정을 통해 '생태손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프랑스 민법에서 정의한 생태손해는 '생태계의 구성요소나 기능,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집단적 이익에 대한 무시할 수 없는 침해'다.

◆"허가없이 쓰는 농업용수량 몰라" = 논 경지면적 축소와 강수 변화, 서비스업 구성 증가 등으로 물 수급 구조는 급속히 변화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경지면적 전망 결과에 따르면 2030년 논 경지면적은 2020년 대비 8.6%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뒤늦은 감은 있지만 수리권 재정비에 나섰다. 환경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6월 '제1차 국가물관리 기본계획'(2021~2030년)을 발표했다. 3대 혁신 정책방향 제 1 중점과제들 중 하나로 '수리권체계 정비'를 삼았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아직 제대로 된 농업용수 사용 현황 통계도 부족해 기초 자료부터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환경부 관계자는 "허가 없이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농업용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 기본적인 자료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라며 "게다가 허가를 받고 쓴다 해도 실시간으로 얼마나 물을 사용하는지 계측이 정확히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관계 부처와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2025년까지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